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내부 모습. |
대전 중앙로지하상가의 분수대 모습. |
① 늘어나는 공실에 지하상가 침체 심화
② 도대체 왜 안 오나? 주차장 문제, 구매 물품 부족 등 원인 다양
③ [국내 사례 방문기] 부산지역 내 지하상가
④ [해외 사례 방문기] 1. 도쿄역 지하상가 가보니
⑤ [해외 사례 방문기] 2. 교토역 지하상가 가보니
⑥ 지하상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유통업계의 경쟁 구도는 바뀐 지 오래다. 기존엔 '대형 유통업계'와 '소상공인'들과의 싸움이었다면, 최근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으로 바뀌었다. 인터넷, 홈쇼핑, 통신판매 등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일부 상점가는 침체하는 상황이다.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도 마찬가지다. 옛 충남도청과 대전역사에 걸친 중앙로 상권은 2000년대 이전까지 대전의 대도시로의 발전역사와 궤를 함께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둔산 신도심 개발에 따른 주요 행정기관들이 이전하고 과거엔 중앙로 단일 상권이었으나 둔산, 노은 등으로 상권이 분산됐다.
이후 원도심 상권 활성화와 관련된 여러 노력이 시도됐으나, 경영난을 호소하는 상인들은 여전하다. 특히 지하상가 공실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상인들은 얘기한다. 이에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가 처한 현실을 알아보고, 국내외 지하상가 운영 사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 등을 총 6회의 기획 보도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내부 모습. |
① "판매자도 소비자도 없어요" 지하상가에 오지 않는 발길
▲의류에 치중된 점포 업종… 손님들 발길은 '글쎄'
대전세종연구원이 정책 연구로 발표한 '중앙로 지하상가와 주변 상점가 활성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중앙로 지하상가 내 점포 업종은 대부분 의류에 치중돼 있다. 2020년 7월 기준 총 점포 수는 601곳이었다. 이 중 313곳, 즉 52.1%가 의류 업종으로 조사됐다. 악세사리 업종 50곳(8.3%), 식음료 34곳(5.7%), 신발 26곳(4.3%), 휴대폰 26곳(4.3%), 미용 26곳(4.3%), 화장품 12곳(2%) 등 순으로 조사됐다. 잡화, ATM기기, 타로 등 기타업종은 75곳으로 총 12.5%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3년이 지난 현재도 의류 업종의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앙로 지하상가 홈페이지에 안내된 점포·매장 수(5월 말 기준)를 보면 총 432곳 중 205곳이 의류·속옷 업종이다. 47.4%가 의류 업종으로 차지 하는 셈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주요 구매 상품 및 이용 점포 비율은 상인들은 주로 취급하고 있는 업종과는 다르다. 지하상가에선 50% 가까운 매장이 의류를 판매하고 있으나, 고객들이 지하상가를 방문하는 주된 목적은 의류가 아니라는 의미다.
고객의 구매·이용빈도가 가장 높은 업종은 음식점 전문점이 16.2%로 나타났다. 이어 미용(네일아트, 피부관리 포함) 업종이 14%로 조사됐으며, 악세사리 8.5%, 음반·서적·문구·완구 10.7% 순으로 파악됐다.
전체 점포 중 50% 가까이 차지하는 의류업종을 방문하는 고객 비율은 8.5%에 그쳤다. 악세사리 업종은 11%, 신발 9.9% 등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내부 모습. 공실이 곳곳에 눈에 띈다. |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내부 모습. 공실이 곳곳에 눈에 띈다. |
"지하상가는 옷 사러 오는 곳 아닌가요? 어렸을 땐 자주 왔는데, 최근엔 뭘 구매하러 오게 되진 않더라고요."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만난 고 모(28) 씨의 얘기다. 학생일 땐 의류 등을 구매하러 지하상가를 자주 방문했으나,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방문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고 모 씨에게 지하상가를 방문한 이유를 묻자 지하철에서 내린 후 대흥동 방향으로 가기 위해 단순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5월 말 평일 오후에 방문한 지하상가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평일이라 한산할 거란 생각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지하상가 주차장에 차를 댔을 때까지만 해도 빈 곳이 많아 당연히 유동인구가 없을 줄 알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생각 외로 유동인구는 있으나 가게 안에서 제품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특히 옷가게들은 가게 안에서 옷을 구경하지 않아도 제품들을 복도까지 전시해 놓은 곳이 많이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밖에 전시된 옷 중에 눈에 띄는 게 없으면 굳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지하상가 내는 대체로 옷 가게가 많았고, 일부 타로 가게 등이 밀집해 있었다. 그 외엔 핸드폰 가게, 악세서리 등 일부 가게 들이 눈에 띄었다. 확실히 옷가게가 비중을 크게 차지해 '옷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상점가로서 큰 메리트는 없을 듯했다.
실제로 지하상가에서 만난 일부 고객들도 다른 곳에서 식사, 놀이 등을 해결한 뒤 방문했다. 대부분 이동수단, 의류 구매, 다른 방문 목적 등이었다.
타로를 보러 왔다는 대학생 이 모(23) 씨는 "친구들끼리 시간이 맞아 대흥동에서 점심을 먹고 타로를 볼 겸 지하상가로 넘어 왔다"며 "타로를 보고 난 뒤에는 근처 카페 등을 방문하기 위해 다시 위로 올라갈 것 같다. 아무래도 지하상가 내에서 놀 수 있는 게 한정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한 눈에 띄는 건 공실이었다.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의 미운영 점포는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총 601개 점포 중 42개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한 지하상가 내에 빈 점포는 42개보다 많아 보였다. 주차장에서부터 분수대까지 있는 곳을 걸어가는데, 문을 닫은 곳이 상당했다. 심한 곳은 4~5개 점포가 쭉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공실 점포가 실제로 보는 것과 차이가 나는 데에는 자체적으로 휴업을 한 상인들이 있어서라는 게 운영위원회 측 설명이다.
유수환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운영위원회 회장은 "지하상가 내 미운영 점포는 4월 말 기준으로 42점포"라며 "공실로 보이는 곳들은 미운영을 하는 곳들이라기 보다는 최근 내수 경기가 안 좋아졌기에 자체적으로 쉬는 상인들이 많아졌다. 인건비, 공공요금 등을 감당하기보다는 자체 휴업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주차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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