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 서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입었다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대전 서구 빌라 입구에 있는 우편함에는 고지서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
최근 대전 서구 괴정동·월평동·도마동 등 이 일대에서 50억 원대 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도움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최 모(40)씨가 현재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도마동 다가구 주택도 전세 사기 피해를 받은 곳 중 한 곳이다. 임대인 A씨가 도마동과 태평동, 월평동에 소유하고 있는 건물 5채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놓였다.
최 씨는 "1월부터 집 주인이 세금이 밀렸다고 말해왔다. 건물이 혹시 경매에 넘어갈까 두려워 임차인들끼리 돈을 보태주려고까지 했다"라며 "이후 집주인이 은행 이자까지 못 냈다고 실토했다. 알아보니 A씨가 소유한 건물 5채 중 2채가 이미 경매에서 팔렸더라. 건물 1채밖에 없고 갚을 능력이 충분히 있다던 집주인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자, 피해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은행과 공무원, 변호사 등을 만나며 조언을 구했지만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전세금 1억 중 7000만 원을 대출했는데 돈이 날아가게 생겼다"라며 "매일 버스요금만 쓰면서 겨우 살고 있다. 죄 없는 아내와 아이 밥을 굶길 순 없지 않냐. 이렇게 힘든데 우리 가족을 도울 방안이 없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대전 피해자들은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자포자기 상태로 하루를 견디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거나 경·공매 낙찰로 임차권이 소멸되는 등 세입자가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해야만 전세 피해자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기준이 피해자들을 울리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김 모(37) 씨는 "집주인이 가진 다른 건물은 경매에 팔려서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걸 직접 보기까지 했다"라며 "2월 말쯤 법원으로부터 우리 건물도 경매에 넘어간다고 연락이 왔으나, 아직 경매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피해가 생기기를 바라야 하냐"라고 꼬집었다.
결국,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던 피해자들은 매몰찬 현실에 또 한 번 무너지고 있다.
월평동 피해자 박 모(35)씨는 "저금리 대환대출 자격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하루종일 울었다. 임대차 계약이 남았다는 게 내 발목을 잡았다"라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서 지원받으라는데 그마저도 계약이 끝난 사람만 대상이라니 황당할 뿐이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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