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창의성·편의성 잡은 일본 고향납세, 고향사랑기부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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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창의성·편의성 잡은 일본 고향납세,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 편의 맞춰 시스템 즉각 개선
창의적인 홍보로 지정 기부 적극 활용
고향사랑기부제, 단일 플랫폼 한계 커

  • 승인 2023-04-17 08:37
  • 수정 2023-04-17 11:11
  • 신문게재 2023-04-18 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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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화면.
2023년 야심 차게 출발한 제도가 있다. 바로 '고향사랑기부제'다. 지방자치단체 자치역량 강화와 실질적인 균형발전 실현, 현실로 다가온 지방소멸 위기 대응 등 고향사랑기부제는 막중한 역할을 안고 1월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개인이 자신의 고향에 기부하고 이에 대한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는 지역기부문화는 생소했지만, 나름의 관심을 불러왔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지역을 초점에 맞춘 기부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긴 섣부르다. 단지 홍보만을 위한 유명인 기부나 이색 답례품 경쟁은 고향사랑기부제 본질을 흐리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100일을 맞아 그동안 미비한 점과 개선 사항 등을 짚어 지역기부문화의 정착과 확산을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1. 갈 길 먼 고향사랑기부제, 현 상황은?

2. 일본 고향세와 고향사랑기부제 차이는?



3. 자리 잡은 일본 고향세, 특별한 이유는?

4. 고향사랑기부제 이젠 실질적 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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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가 국내 민간 플랫폼인 '위기브'를 통해 모금하려는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 상세 내역. [출처=위기브]
▲같은 듯 다른 고향납세와 고향사랑기부제=고향사랑기부제는 올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닥쳐오는 지방소멸을 극복할 대안으로 시행된 제도로, 일본의 '고향 납세' 제도를 벤치마킹한 정책이다. 고향 납세는 2006년 일본 후쿠이현을 시작으로 전국화됐다. 현재 일본은 고향 납세를 통해 연간 8조 원 규모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다. 이렇게 모금한 기부금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숙원 사업 해결, 지역 복지 기금 등에 쓰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구 소멸로 침체 되어 가고 있는 일본 각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시행 100일을 넘긴 고향사랑기부제는 어떨까? 아쉽게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 시행 초기라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제도가 자리를 잡기까지, 또 지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안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官) 주도 정책과 단일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 단순 답례품 위주의 홍보·마케팅 전략 등 고향사랑기부제의 본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본의 성공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해 제도 초기 미흡함과 오류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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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향 납세 민간 플랫폼인 후루사토초이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출처=후루사토초이스]
▲일본 고향 납세 최대 특징은 민간참여 활성화=일본 고향 납세의 성공 요인은 활발한 민간참여다. 그 중심에는 민간 플랫폼이 있다. 반대로 국내는 행정안전부가 개설한 공공플랫폼인 '고향사랑e음' 하나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다시 말해 고향사랑기부제 시장 자체를 정부가 독점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 주도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조치들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e음이라는 공공플랫폼 하나만 내놓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향사랑기부제가 행정안전부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정책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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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향 납세 민간 플랫폼인 후루사토 초이스. 현재 지정 기부가 불가능한 국내와는 달리 일본은 관심 있는 지역별 현안 사업에 직접 기부할 수 있는 지정 기부가 활성화되어 있다. [출처=후루사토 초이스]
일본의 경우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자체 플랫폼은 물론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플랫폼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지자체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본 규슈 남부 미야코노조시는 2021년 135억엔을 거둬들였다. 홋카이도 몬베쓰시는 134억엔, 야마카타현 후지효시다시는 58억엔 정도를 모금했다.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훗카이도 네무로시는 125억엔, 야마가타현 사가에시는 57억엔, 효고현 카사이시는 53억엔을 모금했다. 우리 돈으로 최소 500억에서 최대 13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자체 플랫폼과 민간 플랫폼 모두 활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는 지자체별로 모금 경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부는 모금액 비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제도 초기 2011년까진 모금액 규모가 전체 100억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 민간 플랫폼인 후루사토 초이스가 등장하면서 모금액 규모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후루사토초이스 등 민간 영역에선 고향 납세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소개했고 기부 방법도 더욱 간편하게 만들었다. 사토호루, 후루나비, 라쿠텐 등 다양한 민간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모금액 규모는 400%로 상승했다. 2022년 일본 지자체의 90%에 달하는 1621곳이 민간플랫폼을 통해 모금한 금액은 무려 8300억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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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인 위기브에서 준비 중인 지정 기부 항목. [출처=위기브]
▲창의성과 편의성 담은 민간 플랫폼=이렇듯 민간 플랫폼은 일본 고향 납세의 핵심 성공 요인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민간플랫폼은 사용자 편의성을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다. 오늘날 기부 플랫폼과 'E커머스' 시장은 기술 속도가 하루가 다를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이를 신속히 흡수하고 기술을 개선해 나가는데 뛰어난 대응력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장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발전한다는 얘기다. 변화가 없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둘째로 민간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창의적인 마케팅과 영업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으로 매력적인 지정 기부를 개발하고 지역 차별성을 살린 답례품 등을 기획한다. 특히 지정 기부는 기부금 사용 용도가 명확해 기부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 현안 사업은 물론 아동·청소년, 교육, 환경, 동물보호 등 관심 있는 분야별 사업에 기부하는 식이다. 일본은 지정 기부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어 자리를 잡았지만, 국내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정 기부가 현재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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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향 납세 민간 플랫폼인 후루사토 초이스는 지역별뿐만 아니라 사용 용도별로도 분류해 기부자들이 목적에 맞는 기부를 돕고 있다. [출처=후루사토 초이스]
정부 주도 정책만으론 고향사랑기부제의 편의성과 창의성을 높이기는 벅찰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간 플랫폼이 도입되면 공무원들의 업무가 경감되고 행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본 사업을 감사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본연에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민간 플랫폼과의 공정한 경쟁 구도는 지자체에도 긍정적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창의적인 답례품과 지정 기부 프로젝트를 개발해 민간 영역과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고향 납세를 민·관이 함께 이끌고 지금의 자리로 성장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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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인 위기브에서 준비 중인 지정 기부 항목. [출처=위기브]
▲정부 독점 구조인 고향사랑기부제의 한계=그럼에도 정부는 고향사랑e음만을 고집하고 있다. 현재 고향사랑e음에 접속하면 어느 지역에 기부할 것인지 고르고 그곳에 기부하면 기부 금액의 30%를 자체 쇼핑몰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이 과정에서 기부자는 지자체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자신의 기부금이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지점에서 기부 효능감은 현저하게 낮아진다.

또한 지역에 기부하고 답례 차원에서 받는 선물을 의미 없이 포인트로 받는 방식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본 취지와도 다르다. 기부하는 과정도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으로 설계됐다. 기부자가 이러한 과정을 모두 마칠 때까지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사용자에게 불친철한 플랫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때문에 고향사랑e음을 보다 편리하고 연속적인 기부가 가능하도록 개편이 시급해 보인다.

기부제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고향사랑e음 만으로 전체 시장을 이끌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이자 한계임을 알아야 한다"며 "민간 플랫폼과 지자체 모두 자유롭게 모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만 고향사랑기부제를 제대로 안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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