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과학입국'이라는 명제 아래 닻을 올린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대덕특구)가 2023년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대덕특구는 지난 50년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하며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많은 연구인력이 연구개발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산업으로 연계하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대덕특구의 전신인 대덕연구단지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대학·민간연구소 등을 집적화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적극 투자해 만들어졌다. 2005년 이후부터는 대덕연구개발특구로 확대·개편되며 산·학·연·관 협력을 기반으로 공공 연구성과를 사업화하고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혁신 클러스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빛나는 역사를 남긴 대덕특구의 50년을 살펴보고 앞으로 미래 100년을 위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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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대덕연구단지 전경.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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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2월 '대덕연구학원 도시건설 기본계획' |
▲연구성과 창출 기틀 마련=1973년 정부는 충남 대덕 일대 15㎢ 부지에 5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계획도시를 건설한다는 '대덕연구학원도시 건설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렇게 첫 삽을 뜬 단지 조성 계획은 1976년 대덕전문연구단지 건설 계획으로 변경을 거쳐 1978년 기관 입주를 시작했다. 같은 해 3월부터 당시 한국표준연구소, 한국선박연구소, 한국화학연구소, 한국핵연료개발공단, 충남대, 쌍용중앙연구소, 한양화학중앙연구소, 럭키중앙연구소 등 출연연·민간연구소·교육기관 등 다양한 기관이 대덕단지에 들어섰다. 1992년 11월에는 대덕연구단지 부지조성 공사가 완료되면서 15개 출연연 등 정부 연구기관과 8개 민간연구기관, 3개 대학 등 33개 기관이 입주해 국가연구성과 창출의 기틀이 마련됐다. 2021년 기준으로 26개 출연연 등 정부 연구기관, 7개 교육기관 등 총 46개 연구 관련 기관이 집적한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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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9월 23일 한국표준연구소(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공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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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2월 22일 박정희 대통령이 대덕연구단지를 시찰하고 있는 모습.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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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2월 한국에너지연구소(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덕분소 현판식 모습. |
▲본격적인 연구성과 창출=대덕연구단지에 집적한 연구기관들은 다양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초고집적반도체인 16M DRAM을 개발하고 종합정보통신망의 초석이 된 TDX-10(전전자교환기), 원격컬러사진전송 시스템,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KAIST 인공위성센터는 1992년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우리별 1호' 개발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25번째 인공위성 보유국 대열에 올려놓았다. 허허벌판에서 시작된 대덕연구단지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 CDMA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한 디지털 이동통신 시대와 위성 발사를 통한 우주 시대를 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학기술 성과를 배출해내는 수준까지 다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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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제40회 전국과학전람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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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27일 노태우 대통령 대덕연구단지 준공식에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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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 1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소(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판식 모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1994년 종합과학기술심의회가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위성) 개발사업을 의결하면서 국내 인공위성 연구개발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1999년 마침내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위성 1호가 개발됐다.
2002년엔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개발에 착수했다. 1·2차 발사 실패를 거듭하다 3차 발사에서 성공하는 집념을 보이며 발사체 역사의 첫 장을 썼다. 러시아와 공동연구를 통해 선개발국의 운영 체계와 경험을 체득한 국내 연구진은 2022년 마침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킨다. 2023년 5월 24일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두고 또 한 번 많은 국민의 응원과 관심을 받고 있다. 달을 향한 인류의 호기심을 풀기 위한 여정도 시작됐다. 대한민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는 2022년 8월 미국에서 발사돼 현재 달 관측이라는 주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2007년 초전도 기술을 적용한 토카막형 핵융합 연구장치 KSTAR를 독자 설계·제작했으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2년 중소형 원자로 SMART를 개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2019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200도 고온을 견뎌내는 슈퍼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2020년 코로나19의 습격 속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질병관리본부 공동연구팀과 함께 세계 최초 고해상도 코로나19 유전자 지도를 만들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세계 4번째로 코로나19 감염 영장류 동물모델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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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3일 대덕연구단지 30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 |
▲특구재단의 탄생… 공공연구성과 사업화 본격 시작=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대덕연구단지의 명칭이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변경됐다. 같은 해 7월 특별법에 근거해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가 출범했다. 본부가 특구 지정 등 개발·관리 업무와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 시행을 전담하면서 기술발굴-기술이전-창업·성장지원-일자리 창출 등 공공연구성과 사업화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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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7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출범식 |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재단)은 공공연구성과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공공연구성과의 직접 사업화를 목적으로 연구소기업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6년 2건으로 시작된 설립 건수가 2023년 2월 기준 158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연구소기업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해 경쟁력 있는 연구소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K-연구소기업제도'가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덕특구는 2021년 12월 기준 총 연구개발비 7조 7억 원, 박사급 인력 1만 7147명, 국내특허 8만 건, 국제특허 3만 4000건 등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화 측면에서는 공공기술 이전 1655건, 공공기술이전료 수입 1133억 원, 입주기관 2461개, 코스닥 등록기업 56개, 기업 매출액 21조 4182억 원 등 운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대덕특구의 모델을 바탕으로 현재 광주·대구·부산·전북까지 총 5개 광역특구가 운영되고 있다. 2019년부터 소규모·고밀도 사업화 모델인 강소특구 모델을 도입해 현재까지 14개 강소특구가 지정·운영 중이다.
대덕특구 모델은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특구재단은 개발도상국 공무원과 과학단지 관계자를 대상으로 대덕특구의 개발·조성·운영과 관련된 지식을 전수하는 K-STP(Korea's Science&Technology Park)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 총 73개 국가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특구 모델을 이해하고 각 나라 사정에 맞는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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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했다. |
▲대덕특구 앞으로의 과제와 도전=지난 50년간 끊임없는 변혁과 성과를 이뤄낸 대덕특구가 보다 발전하기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CDMA·한국형 원전 같은 파급효과가 큰 대형 R&D 성과가 요구되는 데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유니콘 기업도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현실을 극복하고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한 실정이다. 대덕특구 안팎에서 2023년 대덕특구 50주년을 계기로 역할 재정립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선진 기술을 추격하며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초격자 전략기술을 확보하는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50년간 축적한 혁신역량과 우수성과를 바탕으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과제로는 대덕특구가 국가 연구개발(R&D) 중심지를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고 국가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는 거점으로의 성장이 있다. 연구실에서 나온 연구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국가 경쟁력 견인에 앞장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젊은 과학자들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창업가들이 대덕특구에 모여 연구하고 창업하기 좋은 공간으로의 재창조 역시 중요한 핵심 과제다.
강병삼 특구재단 이사장은 "앞으로 특구재단은 통계, 기술자료, 지원정책 등을 정교하게 구축해 대덕특구의 인력과 기술, 자금이 유기체처럼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탈바꿈할 연구개발특구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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