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보행자, 흔들리는 안전] 사고 수습이 전부, 보행환경 개선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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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보행자, 흔들리는 안전] 사고 수습이 전부, 보행환경 개선은 뒷전

2020년 보행자 사망 둔산 교차로 위험운전 여전
한해 보행자 68명 부상 빚어진 먹자골목 그대로
"사고다발 개선 관심과 안전교육 정례화 필요"의견

  • 승인 2023-04-12 17:44
  • 수정 2023-04-12 18:39
  • 신문게재 2023-04-13 3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 음주 사망사고 현장, 이후 달라진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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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보행자 사망 사고가 있던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횡단보도. 사건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운전자들은 보행자 보호 의무를 저버린 모습이다. 고등학생들이 길을 건너는 상황에서도 한 차량은 아이들을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여기가 보행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곳이 맞을까, 횡단보도를 가로막은 승용차나 신호를 무시하는 차량은 여전한데…."

12일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여고 인근의 횡단보도에 서는 순간 기자는 장소를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 기록을 다시 살폈다.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 위에는 여전히 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고, 보행자가 중앙선에 가까이 건너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고 쌩 지나는 차량이 너무 자주 눈에 띄었다.

이곳에선 2020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가 달려오던 승용차에 치여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이후 '사망사고 발생지점'이라는 현수막이 한때 내걸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상기시켰으나 그때뿐, 신호등을 설치하거나 횡단보도의 턱을 높이는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상가 주인 박선열(45)씨는 "이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매년 한두 번씩 난다. 차들이 사람을 지켜주지 않으니 매번 반복되는 것이다"라며 "보행자들을 지키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횡단보도가 그려졌는데 달라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한 결과 가장 최근 자료인 2021년 한 해에 대전에서 교통 관련 보행자 사고 1139건 발생해 1203명이 부상을 입고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 어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길을 걷는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도 74차례 발생해 12세 이하 보행어린이 8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2019~2021년 3년간 통계에서는 대전에 보행어린이 270명이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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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인근 건널목, 보행자가 길을 걷는 도중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가 시민에게 달려들어 사람과 충돌하는 사고가 날뻔 했다. (사진=김지윤 기자)
자동차가 보행자를 치고 덮치는 사고가 빈번해도 안전시설 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사례 중 둔산동 갤러리아 인근 먹자골목이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지도(TAAS)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 이곳 반경 300m 내에서만 65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로 인해 68명이 부상을 입었다. 차대차 사고는 2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63건은 차가 보행자를 친 사고였는데 보행자가 크게 다친 중상사고만 9건에 달했다. 최근 3년간 통계에서도 228건의 교통사고로 보행자 246명이 다치는 보행자 취약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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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인근 먹자골목. 그럼에도 보행자들을 보호할 안전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진=김지윤 기자)
12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낮 시간대 차량 통행이 다소 적은 시간이었음에도 진입하는 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보행자를 스치듯 빠르게 지나갔다. 보행자를 위한 인도는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보행자 우선 도로'에 지정돼 표지판과 바닥의 도색만 달라졌을 뿐 과속방지턱이나 보행자를 위한 주정차 방지 설비도 설치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도로를 새롭게 개설하는 수준의 관심을 보행자 안전에 쏟고, 면허증을 갱신할 때 안전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사고 다발 지점은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관심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로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라며 "면허가 취소나 정지됐을 때만 교육을 받을 게 아니라 운전면허 갱신 시 음주나 난폭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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