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승아 사건에도… 안전펜스 설치 왜 어렵나
2. 음주 사망사고 현장 이후 달라진 점은
3. 보행자가 안전한 도로, 방안은 없나
11일 찾은 대전 중구 유천동 원평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으로 지정된 이 곳은 이면도로로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통행로조차 조성돼 있지 않았다. 불법 주청차된 차량을 피해 보행자들은 차도 위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
특히, 인도가 없는 이면 도로의 경우 주민 합의 등 얽혀 있는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어 아이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11일 찾은 대전 중구 유천동 원평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이곳은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보행자의 안전은 지켜지지 않았다. 바닥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리는 글자조차 모두 지워져 있어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인도와 차도가 전혀 분리돼 있지 않을뿐더러 곳곳에 정차된 불법주차 차량으로 보행자들은 차도로 나와 걸어야 했다. 해당 구간을 지나는 차량과 오토바이는 아슬아슬 보행자 사이를 스쳐 지나는 등 시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있었다.
원평초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글자는 지워진 채 방치돼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
비슷한 시각 찾은 서구 괴정동 백운초. 이 구간은 어느 정도 인도 형태를 갖추곤 있었으나 안전 펜스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차량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안전시설은 일자로 그어 놓은 황색 선 하나뿐이었다. 이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고를 막아 줄 보호망은 전혀 없는 것.
지난 2020년 민식이법이 개정되며 스쿨존 내 안전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의무가 아니다 보니 여전히 시설물 설치가 더디다. '설치를 권고한다'는 이 문장이 아이들 안전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8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음주 사고로 배승아(9) 양이 숨지면서 안전 펜스 부재의 위험성이 커졌다. 경찰과 대전시는 스쿨존 대상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뒤늦은 조치에 들어갔지만, 설치 과정에 드는 비용과 도로 환경 등 문제로 안전 시설물 설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다.
사고 방지를 위한 방호 울타리는 1m당 27만 원이 드는데, 모든 구간에 해당 시설을 설치하기란 예산 문제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힌다. 특히, 이면도로는 대부분 도로 폭이 좁아 안전 시설물을 세우기는커녕 인도 확충도 어렵다. 만약 시설물 설치 기준에 충족된다 하더라도 인근 주거지와 상권에서 주차문제 등 생활·경제적 문제로 반대해 무산되는 상황도 발생해 대비 방안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초등생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강남 스쿨존에서도 주민 반발로 보행로 조성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의 한 교통전문 변호사는 "어른들의 이해관계 문제로 결국 다치는 건 아이들이다"라며 "주민들의 혜택을 고려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공론의 장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전시는 "10일부터 5개 구청과 함께 점검에 들어갔다"라며 "일단은 통행로가 있는 곳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이면도로 문제점도 놓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대전 서구 괴정동 백운초 어린이보호구역에는 통행로가 조성돼 있긴 하나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펜스가 없는 상태였다. (사진=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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