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2시 20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초등생 배승아(9)양이 사망한 가운데, 승아의 죽음에 애도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사건 현장을 찾았다. 10일 현장에는 승아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낀 시민들의 작은 손편지가 놓여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
친구들과 장난감을 사 오던 도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배승아(9) 양의 죽음에 지역 사회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11시께 대전 서구 탄방중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볕과 달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얼굴엔 먹먹한 슬픔이 가득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 20분께 승아는 친구들과 생활용품점에 들러 장난감을 사 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인도를 덮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함께 있던 초등생 3명도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비보를 접한 시민들은 9일 사고현장을 속속 방문하기 시작했고, 이곳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와 꽃, 평소 장난감을 좋아하던 승아를 위해 작은 인형도 함께 놓여 있었다. 추모객들이 두고 간 작은 손편지들도 보였다.
경찰관이 꿈이라던 한 아이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음주운전을 한 사람을 15년 뒤에 꼭 처벌해줄게'라고 적힌 편지를 놓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어른들도 이곳에 찾아 '언니들이 꼭! 음주운전 없는 세상 만들게!', 동네 어딘가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승아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등 슬픔이 담긴 편지를 놓고 갔다.
꽃을 놓고 잠시나마 묵념하는 시민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허망하게 한참을 서 있던 시민들 등 승아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길을 지나던 시민은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승아의 죽음에 함께 슬퍼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
대전 지역 맘카페에서도 승아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기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됐다. (사진=대전 맘카페 오픈채팅방 캡쳐) |
승아의 빈소에도 많은 시민이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맘 카페 회원은 "근조화환도 없이 국화꽃 3송이와 아이의 사진만 있다는 소식에 많은 학부모와 주민들이 빈소를 찾아갔다"라며 "마지막 가는 길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들 한 푼 두 푼 모아 조화를 구매해 빈소에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8일 오후 2시 20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0대 운전자 A(65)씨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도중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지나가던 초등생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배승아(9)양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새벽 1시께 결국 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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