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인사관리학회 회장. |
수선화(Daffodils)는 라틴어로 나르시스(narcissus), 즉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빠져 죽는다는 의미가 있다. 봄에 피는 첫 번째 꽃으로 탄생,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영감(inspiration), 용서(forgiveness), 창의성(creativity)의 의미도 담겨있다. 영국의 남서부 웨일즈(Wales) 지방에서는 첫 수선화를 보는 사람이 그해에 부의 축복이 있다는 속담도 있다. 중국에서도 새해 첫날에 수선화가 피면 그 해 큰 행운을 가져온다고 하니 복을 부르는 꽃말임이 틀림없다. 프랑스에서 수선화를 희망의 상징으로 보며, 한편 중동에서는 최음제이면서 대머리 치료제로 보기도 했다. 수선화 하나를 선물하는 것은 불운을 가져온다고 해서 한 다발을 주는 것이 낫다고도 한다. 전통적으로 수선화는 10주년 결혼기념일에 주어지는 꽃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수선화를 '사순절 백합'(lent lilies) 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재의 수요일과 부활절' 사이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튤립(Tulip)은 울금향(鬱金香)이라고도 불리며 터키에서 대중화되었다. 그 이름은 페르시아 단어, 터번(turban)으로부터 나왔다. 활짝 핀 튤립이 이슬람 남자들이 쓰는 모자인 터번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튤립은 완전한 사랑을 의미한다. 그 의미는 터키와 페르시아 전설과도 연결된다. 파하드와 쉬린(Farhad and Shirin)의 사랑 이야기 때문이다. 왕자인 파하드가 아름다운 여인 쉬린을 사랑하는데 그녀가 살해당했다는 소문으로 큰 슬픔에 절망해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그 피가 닿은 곳에 붉은 튤립이 자랐다는 전설이다. 또한, 꽃의 여신 플로라는 청년 세 명의 청혼 속에 고민하다 죽은 소녀를 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는데, 이 꽃이 바로 꽃송이에는 왕관, 잎에는 기사의 칼, 뿌리에는 상인의 황금을 가진 튤립이라고 한다. 이처럼 튤립의 공통된 의미는 완전하고 깊은 사랑을 담고 있다. 봄에 피는 첫 번째 꽃 중의 하나가 튤립이므로 거듭남(rebirth)의 의미도 있다. 빅토리안 여왕시대에서는 튤립을 자비와 연결하기도 하였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깔마다 다른 의미를 있는데 붉은 튤립이 완전한 사랑을, 핑크빛은 행복과 자신감을, 보라색은 충성심을, 노랑은 상쾌한 생각을, 하얀색은 용서를 상징한다. 그럼 검은색은?
아파트 건너 갑천에 나가보니 튤립이 넓은 들판에 가득하다. 겨울철에 구근을 심은 수고와 기다림 덕분이다. 그사이에 자그마한 무리의 수선화도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직장인들에 대한 배려로 세워진 임시 태양광 가로등이 밤에도 시민들이 수선화와 튤립을 보며 미소 짓게 해준다.
나태주 시인은 갓 오른 수선화를 잘 표현하며 자연에 감사함을 노래한다. "...붓끝으로 뾰족이 내민 예쁜 촉. 봄을 우리가 만드는 줄 알았더니. 역시 우리의 봄은 너희가 만드는 봄이었구나. 우리의 봄은 너희에게서 빌려온 봄이었구나". 윌리엄 워즈워스의 '수선화'로 알려진 시, "구름처럼 난 외롭게 걷네"(I wandered lonely as a cloud)에서 그 수선화를 이렇게 표현한다. "...때로는 가만히 수심에 잠겨 길게 눕노라면. 고독의 축복, 마음의 눈에 그것은 비쳐오네. 그때 내 마음 기쁨에 넘쳐 그 수선화들과 더불어 춤추네"
한편 튤립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해인 수녀는 이렇게 노래한다. "가까이 다가서면 피아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튤립. 무엇을 숨겨 둔 것일까? 항상 다는 펼치지 않고 조심스레 입 다문 모습이 더욱 황홀하여라" 버려진 나무상자를 재활용해 그 안에 상토를 부어 만든 작은 화분 속에, 튤립과 수선화를 같이 심고 그 조화를 찾으며 한 주 앞으로 다가온 부활절(Easter)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인사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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