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를 조사 중인 경찰이 공장 근로자 발밑에 설치한 배관 등의 비트 구조물을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화재진화 후 감식을 위해 현장을 찾은 대전경찰. |
대전경찰청 강력수사대는 20일 본격적인 수사 개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까지 진행된 기초조사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그동안 한국타이어 현장 근로자 9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화재 초기 상황을 파악하고, 작업장 특성과 방재설비에 대해 조사했다. 소방 첫 신고는 12일 오후 10시 9분께 이뤄졌으나, 경찰은 화재는 10시 5분께 근로자 발밑에 설치된 지하 공간인 비트에서 처음 목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작업 중 연기를 목격한 근로자가 인근에 있던 사내방송 장비를 통해 화재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동료들이 소화전과 분말소화기를 사용해 자체 진화를 시도하는 분주한 움직임도 CCTV를 통해 확인했다. 공장 내부를 비추는 CCTV 영상에서 불꽃이 처음 관측된 것은 발생 추정시각으로부터 35분 정도 지나서였고, 화재수신기 기록 상에서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물이 뿌려지고 소화펌프까지 가동된 것을 확인됐다. 다만, 지난 17일 한국타이어 측에 제공을 요청한 공장 내 CCTV 영상이 확보해 수사를 보완할 예정이다.
경찰은 근로자들 발밑으로 일렬로 설치된 지하 형태의 비트 구조물을 주목하고 있다. 반제품의 재료를 고열과 고온으로 찍어내는 성형 압출기계에 스팀을 공급하는 배관이 지나고 전기배선 등이 설치된 전용공간으로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사람이 고개 숙여서 들어가 작업하는 지하 구조물이다. 철망으로 덮어 그 위에 컨베이어벨트가 지나고 작업자들이 수시로 오가는 동안 타이어 가루와 오일류, 분진 등이 떨어져 그렇게 쌓인 이물질을 주기적으로 청소로 제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기가 처음 목격됐다는 곳도 작업자들의 발밑 비트였고, 그래서 초기 진화도 철망 아래로 소화기를 분사하는 것이었다"라며 "청소가 얼마나 주기적으로 이뤄졌는지부터 가장 중요한 불꽃이 처음 일어난 원인은 전기 또는 흄 등의 다양한 부분을 열어놓고 수사할 예정이고, 방화와 실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방에서는 이번 화재에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화재 초기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된 근로자들이 상해를 입은 부상자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2014년 화재 때도 뚜렷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조사가 종결됐을 정도로 대형화재에 대한 조사가 어려워, 이번에도 여러 전문가 참여와 최소 3~4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로 무너진 현장에 대한 정리가 완료돼 진입할 여건이 되면 합동감식을 재개해 화재를 피한 1공장과 비교하며 발화원인을 찾을 것"이라며 "1차 조사를 마치고서야 책임의 정도로 파악될 것이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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