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창 전 국회의원은 "달콤한 말보다 '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무뚝뚝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사실 부드러운 남자"라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
그는 지금,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94살 모친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소중한 시간이다. 94살의 모친의 잔소리는 오히려 안도감마저 든다. 서울 직장으로 향할 때와 다시 제천으로 돌아오는 '그만의 기차여행'은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그는 현재, '봄'이여서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권석창 전 국회의원(제천·단양) 얘기다. 지난 17일 오전 제천시 의림지 인근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5년여 만의 만남으로 기억한다. 정치 얘기를 먼저 꺼냈다. 지난해 말 단행된 특별사면 때와 국민의 힘 복당을 신청한 뒤 불허된 심정, 그리고 앞으로 정치 인생 등 궁금한 게 무척 많았다. 당신의 정치는 현재 어디쯤에 서 있냐고 물었다. 그는 "산 정상이 목표라면 이제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가 말한 시작점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정치인생과 자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을 솔직, 담백하게 들어봤다.
권석창 전 국회의원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오해와 진실 등을 솔직, 담백하게 얘기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
"서울의 대형 로펌에서 여러 가지의 자문 등을 맡고 있다. 일주일에 절반가량은 서울에서 보내고, 또 다른 절반은 제천에서 보낸다."
-제천에서의 일상은?
"94살 노모가 제천에 계신다. 어머니와 함께 맛있는 식사도 하고, 또 경로당에서 있었던 이야기부터 TV에 나오는 정치, 드라마, 그리고 손주 얘기 등까지 모친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국회의원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다. 부모님 사이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무래도 막내아들이다 보니, 어머니께서 저를 더 귀여워하시는 것 같다. 정치 생활을 할 때는 어머니와 대화를 하지 못했다.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에서 한발 물러난 상황이어서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리고 저를 지지해 줬던 분들과 만나서 지역의 소식 등도 듣고 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
권석창 전 국회의원은 "94살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그리고 지금, 가장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 강조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
"그때도 어머니 댁에 있었는데, 엄마 심부름을 가던 중이었다. (자신이)환갑을 바라보고 있지만 94살 어머니에겐 철없는 막내 아들이다.(웃음) 평소에는 슬리퍼 차림에 추리닝 차림으로 이른바 동네 착한 형처럼 다닌다. 그러다가 동네 어른들을 보면 인사도 나누고, 옛 이야기도 하면서 편안한 삶을 즐기고 있다. 마트가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어머니는 '차조심 하라'는 등 아직도 나를 어린아이처럼 보신다.(웃음)"
-일주일에 3일가량을 모친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백수'로 안 보시나?
"백수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옛 어른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것에 만족하신다. 그런데, 며칠을 어머니와 함께 있으니 백수로 안 보시겠나. 어쩔 때는 어머니께서 자신이 집에 있는 것을 불안해하는 눈치다. 직장이 없는 것으로 아시는 것 같다(웃음)"
권석창 전 국회의원이 걸어온 자신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
"취미생활을 본격적으로 즐기고 있다. 취미가 '드럼연주'다. 20여년 동안 드럼을 연주해 왔다. 공직에 있을 때와 정치권으로 들어왔을 때, 사실 드럼연주를 소홀히 했다. 이제는 자유의 몸이다. 드럼연주에 열중하고 있다. 드럼을 치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고, 운동도 되는 것 같다. 드럼뿐만 아니라 색소폰도 수십년간 불었다. 물론 프로급은 아니다. 또 등산도 즐긴다. 전문가처럼 산을 타지 못하지만, 서울 인근 산이나 제천 인근 산을 주로 다닌다."
-20여년가 드럼과 색소폰을 불었다면 프로급으로 봐야하나.
"글세, 프로급은 아니다. 둘 다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쯤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족 모두가 음악을 전공했다. 간혹 가족들과 '우리들만의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젠, 정치 얘기좀 해볼까 한다. 권 전 의원의 이미지가 딱딱하다고 주변에서 얘기한다.
"그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분들은 '건방지다'라고 표현한다. '건방지다'라는 표현은 일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잘못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아쉽다. 정치인들은 대중들에게 달콤한 말로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달콤한 말보다 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우직한 성격이 건방지게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삶도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서울대학교, 행정고시 합격, 40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회의원' 등 어떻게 보면 엘리트 코스만 걸어왔다. 이런 면이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따듯하고 정 많은 사람 중에 한명이다."
철도 전문가인 권석창 전 국회의원은 "제천역 신설 당시,현장을 수시로 점검했다. 에스컬레이터와 화장실 위치까지 정밀하게 계산해서 완성된 작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역"이라고 강조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
-20대 총선에서 중도에 의원직을 잃었는데, 아쉬웠던 추진사업이 있다면?
"제천과 충주를 거쳐 괴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연결시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시작만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제천과 괴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괴산과 제천 간 '연결 고속도로'는 단순한 연결고속도로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국토 중앙의 교차로 역할을 하고 충북 전 지역의 핵심 '혈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청주~제천 간 충청내륙고소화도로는 사실 '화'자를 빼고 고속도로로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이 부분이 아쉽다. 현재 경부·중부·중앙·서해고속도로 등이 남북으로, 또는 동서로 뚫려있다. 이젠 기존에 뚫린 고속도로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이른바 사다리타기 처럼 '연결 고속도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이건 잘한 것 같다"라고 생각되는 추진사업은?
"분명 있다. 제천역 신설이다. 제천역은 현재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역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당시 저는 국회의원이자, 철도 전문가였다. 그래서 직접 설계도를 직접 본 뒤 수정하고, 수정하면서 완성된 게 바로 제천역이다. 철도분야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 근로자처럼 세밀하게 현장점검을 수시로 확인해 가면서 만들어 진 역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에스컬레이터 위치뿐만 아니라 화장실 위치 등까지 정밀하게 계산했다. 기차 탑승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설계된 게 바로 제천역이다. 세계 최고의 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평한다."
권석창 전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허락했다. 헌법은 정당가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복당은 시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
"앞서 얘기했듯 제천지역 지인들과 만나면서 지역소식을 듣고 있다. 많은 분들이 '내년에 총선에 나가야되지 않냐'고 물어보신다. 지금은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의 말씀을 더 들어볼 생각이다. 이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제천과 단양군은 나의 고향이다. 우리 지역이 전국에서 찾고 싶은 도시 등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나 역시, 적극 힘쓸 것이다. 그만큼 우리 지역은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는데, 국민의힘 복당은 불허됐다. 아쉽지 않나.
"복권 당시, 많은 분들이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주셨다. 특히 제천과 단양 등 지역분들의 격려가 많았다. 이때 생각했다.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지역민들을 위해 무엇이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지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복당이 불허됐다. 사실, 아쉬움이 크다.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자동 탈당됐다. 복권이 되면 당연히 복당돼야 한다. 복권은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허락한 것과 같다. 게다가 헌법이 정당 가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복당이 불허됐다기보다, 복당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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