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복용승마장. 대전시 제공 |
공공시설인 대전 유성구 복용승마장이 대전을 대표하는 승마선수들을 외면하고 있어 원성이 커지고 있다.
자마(개인 소유의 말) 이용 불가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승마 특성상 선수와 말의 교감이 중요해 자마가 없는 선수가 없는데, 정작 복용승마장이 훈련 장소를 제공하지 않아 대전의 선수들이 광주 등 타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는 실정이다.
15일까지 취재 결과, 복용승마장 운영 지침에 따르면 대전시체육회 소속 승마 선수들이 복용승마장 시설을 이용하려면 개인 훈련 코치를 대동하고 복용승마장에 구비된 말과 함께 훈련해야 한다.
복용승마장에선 자마로 훈련할 수 없단 뜻인데, 이를 두고 선수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자마와의 교감 훈련 정도에 따라 기록이 좌우되는 승마 종목의 특성상 엘리트 승마 선수들에게 자마의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전의 선수들은 가까운 복용승마장이 아닌 자마를 허용하는 타 지역 승마장으로 원정 훈련을 떠나고 있다. 물론 지역에 2곳의 사설 승마장이 있지만, 국제대회 규격을 충족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해 사용하기 힘들다는 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 승마 장애물비월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를 딸을 둔 A 씨는 "1분 1초의 기록을 다투는 대회 출전 승마 선수에게 자마를 대동하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이용 불가 통보를 내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훈련장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주말마다 광주로 훈련을 가고 있는데, 대전에 시설을 두고 왜 이런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대회 '마장마술' 종목에 출전을 준비하던 B 선수는 최근 대회 참가를 포기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환경이 열악해 도저히 전국 대회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복용승마장 측은 내부 지침과 운영 기조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든 등록회원의 자마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시점에선 선수들에게도 같은 규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전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전국 주요 공공승마장 중에는 우리처럼 자마를 허용하지 않는 곳도 많다"며 "오래 전부터 자마 제도 폐지를 고민해왔고 최근 폐지방침을 정해 그런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승마계 관계자는 “자마 폐지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이전부터 선수들이 승마장을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하진 않았다. 대전을 대표에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까지 해당 기준을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심효준 기자 sharp7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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