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대전소방본부 소방헬기를 동원해 잔불이 남은 3물류창고 현장에 소화수를 뿌리고 있다. 타이어 22만 개를 보관한 2물류창고에 벽면이 까맣게 그을렸으나 다행히 불 붙지는 않았다. |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발생 58시간 만에 불길을 완전히 잡아 진화에 성공했다. 대전소방본부는 15일 오전 8시기준 완진을 선언했다. 산불 등 자연재난이 아닌 현장에서 화재 지속시간이 이례적으로 길었고,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는 다행히 적었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화재는 12일 오후 10시 9분께 대전 대덕구 덕암동 대전공장의 제2공장에서 발생해 13시간 만에 길이 500m 가량의 타이어 생산시설과 물류창고 1개 동이 전소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2공장 허리쯤에 위치한 가류공정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제품을 고온에서 쪄서 완제품에 가까운 타이어를 만드는 성형 압출기계가 유력한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다. 화재가 2공장 전체로 확대된 것은 컨베이어벨트 아래에 쌓인 타이어 분진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을 의심하고 있다.
|
12일 오후 10시께 발생한 화재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2공장이 전소됐으나 1공장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냈다. (사진=이성희 기자) |
대전소방본부는 한국타이어 직원의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5분 만에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하고, 신고 8분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다시 17분 후에 대응 2단계로 격상하고 재차 3시간 36분 후에 전국에 가용 가능한 모든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3단계까지 끌어올렸다. 불이 난 2공장은 경량철골조 지하 1층·지상2층 구조로 타이어가 타면서 만들어지는 뜨거운 화염과 짙은 연기때문에 소방관들이 발화 장소로 진입할 수 없었다. 또 화재에 녹은 지붕이 언제든 내려앉아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장 창문을 깨트려 소화수를 쏘는 한편, 인접한 다른 공장과 창고로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불붙은 2공장에서 50m 떨어진 곳에 1공장이 나란히 위치하고 그 사이에 여러 시설물이 자리해 불씨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2공장과 1공장 사이를 방화선으로 설정해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방어 살수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2공장의 화재는 2공장에서 멈출 수 있었고 남은 1공장을 온전한 상태로 지킬 수 있었다. 또 2공장 끝단에 있는 정련공정의 중요 기계설비도 방어 살수를 통해 화재 피해를 모면했다. 2014년 화재 때는 12시간 후에 진화가 완료됐고, 소방서 추산 155억 원 재산피해를 냈다.
강대훈 대전소방본부장은 14일 오전 대전시의회 의원들의 현장 방문을 맞아 "방화선에 소방력을 투입해 중요 기계설비의 추가 소실을 예방하고 1공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화재발생 13시간만에 2공장 생산라인을 전소시킨 뒤 잔불 진화까지 총 48시간 소요된 큰 화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4년 화재 때는 12시간만에 진화됐다. (사진=이성희 기자) |
특히, 제3물류창고에 불이 붙어 안에 보관 중이던 타이어 21만 개가 연소되는 동안 바로 옆 제2물류창고를 지켜낸 것이 중요했다. 2물류창고에는 완제품 22만 개가 보관 중이었고, 이곳까지 불길이 번졌을 경우 완제품 30만 개가 적재된 1물류창고까지 확산하는 불의 고리가 되는 상황이 예상됐다. 이 과정에서 화재 첫째 날 야간에 확산속도를 늦추고, 다음날 오전 6시 30분 일출과 동시에 소방헬기 9대를 집중 배치해 대량의 소화수를 쏟아 온도를 낮춘 게 효과를 발휘했다. 또 울산에서 이동해 대전에 처음 모습을 보인 대용량 방사포는 금강에서 직접 물을 끌어와 강한 힘으로 뿜어냄으로써 화원에 산소를 차단하고 열기를 식히는 효과를 발휘했다. 다만, 방수포가 평소에 화학공장이 밀집한 울산에 상주하고 대전에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화재 진화과정에서 연기흡입과 소방관의 발목 부상은 있었으나, 다행히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처음 발견됐을 때 근로자들이 자체 소방장비를 통해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길을 잡는데 실패했고, 이후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가 작동했음에도 연소확대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직원 6명과 발목 통증을 호소한 진압대원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간단한 진료를 받고 귀가함으로써 공식적인 부상자로 집계하지 않았다.
|
화재현장 인근 주민이 물청소를 하며 분진을 닦아내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화재 발생과 진화 과정에서 많은 연기와 재가 날리면서 인근 주민들은 간밤에 긴급 대피하고, 학교에서는 휴교와 사업장에서도 영업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뒤따랐다. 화재 현장과 300m가량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서는 짙은 연기가 유입되면서 친인척 집이나 모텔을 찾아가 몸을 피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주민들은 "청심환을 먹고 밤을 보냈다"라거나 "두 자녀를 데리고 모텔 객실을 찾아다녔다"라고 증언했다. 지난 14일 기준 18명이 대덕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 등록했다. 또 인근 학교 3곳이 학생들 안전을 위해 등교 중지해 재량 휴교나 원격수업으로 전환했고, 학원들도 일시 휴원 조치가 잇따랐다. 밤사이 창문 사이로 들어온 분진이 곳곳에 쌓여 이를 닦아냈고, 잔불을 진화하는 동안 계속 검은 연기가 발생하면서 매스꺼움과 목 따가움 등을 참고 견뎠다.
이번 화재가 완전히 진화되면서 남은 과정은 감식을 통한 발화 원인을 찾고 이 과정에서 방화나 과실이 있는 지 규명하는 것이다. 또 주변 주민 생활공간에 피해를 조사해 원상회복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에서 수출 중심의 생산시설을 재건하는 과정이 남은 숙제가 될 전망이다.
본사종합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