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은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시기다. 건조한 날씨에 마른 잎과 나뭇가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해안으로 번지면서 역대 2번째인 2만ha의 산림과 주택 등 643개 시설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진화까지 열흘 가까이 걸린 산불은 한때 울진 한울원전과 삼척 LNG 비축기지를 위협하며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우려까지 낳았다.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발생한 1661건의 산불 중 3~5월에 58.9%가 발생했다. 사망 7명 등 사상자만 20명에 달한다. 쓰레기 소각과 논·밭두렁 태우기, 입산자 실화 등 부주의에 의한 산불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주말과 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산불이 빈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농번기이자 입산객이 많아지는 봄철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산불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산림청은 지난해 산불 피해액만 1조3452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불은 오랜 기간 가꿔온 산림을 폐허로 만들고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간다. 가뭄으로 건조 특보가 확대되고 강풍 예보도 이어지고 있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주민이나 등산객들은 부주의에 인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산림청과 소방당국도 사전 예방과 초기 진화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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