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인 원청 처벌해라"… 김용균 재단 항소심 판결에 격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에서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분노했다. (사진=김지윤 기자)

"항소심 판결에 크게 분노한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자인 원청을 처벌해야 한다."

9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당시 24세)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에서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크게 격노했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과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대전운동본부는 이날 항소심 이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보다 훨씬 후퇴된 선고였다. 잘못을 저지른 사업주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선고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사건의 책임을 묻는 기준의 잣대가 편파됐다며 '하청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고 김용균 측 변호인인 김덕현 변호사는 "현장관리에게 몰랐더라도 알았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던 재판부가 원청에게는 알지 못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했다"라며 "똑같은 죄이지만 판단 과정에서 재판부는 하급과 상급 관리자에게 다른 적용을 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오늘 선고된 항소심 판결은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중요한 권한이 있고 실질적인 능력과 책임이 있더라도 '모른다', '가보지 않았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고받지 않았다', '보고하지 말라'고 하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그런 신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 등 사회단체는 이와 관련해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해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원심보다 낮아진 형량에 인정하지 못한 채 이들은 앞으로 길고 긴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인정할 수 없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우리 노동자들을 다시 한번 죽이고 있다"라며 "너무 힘들지만,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의 안전 환경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데 까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참담한 표정을 보였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