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31일 기부와 답례품으로 '고향사랑기부제' 사랑모금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요즘 수원시청이나 각 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하면 귀에 쏙 박히는 '수능금지곡'이 될 법한 신나는 통화연결음을 들을 수 있다. "수원에 기부하자! 고향사랑기부제! 수원, 수원, 기부제로 고향지원! 수원, 수원, 기부하면 내 맘 시원! 수원, 수원, 향한 너의 마음 응원!"이라는 가사의 랩스타일 CM송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한 달, 수원시민은 물론 수원을 고향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제의 모범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원에 기부하자!
강희구씨(76)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시된지 보름여가 16일 인근 농협은행에 방문해 수원에 10만원을 기부한 외지인이다. 충남도 청양군 출신인 강씨는 오랜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5년 전 고향으로 다시 귀농해 특별한 수원시와의 인연은 없었다. 그런 그가 수원시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이유는 다름 아닌 '자녀들'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를 접했던 그는 자녀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도시 수원이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부처를 수원으로 정했다. 강씨는 "고향사랑기부제로 자녀들이 사는 도시에 도움이 된다니 기쁜 마음으로 기부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며 "수원시에서 좋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잘 사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대 중반의 청년 김남은씨(25)도 13일 수원시에 10만 원을 기부했다. 용인시민인 그는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인연으로 수원시를 기부처로 선택했다. 일본인 친구를 통해 이 기부제도를 익히 알고 있었던 만큼 기부 결정과 실행에 막힘이 없었다. 프로야구팀 KT 위즈의 팬인 그는 "야구 경기 관람 후 인근 맛집에서 친구들과 식사할 때 사용하려고 답례품으로 수원페이를 선택했다"며 "친구들을 만나러 자주 가는데,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부금이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1일 이후 수원시에는 30일 동안 160여 명의 기부자가 15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고액 기부는 없지만 수원을 사랑하는 소소한 마음이 만들어낸 십시일반이다. 가족과 친구가 살고 있는 도시 수원의 발전을 응원하는 기부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이다.
▲수원이 기부하자!
지역에서 다양한 복리사업을 진행하는데 시민의 기부를 활용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사실 인구감소와 유출이 심각한 '소멸 위기 지역'에 더 절실하다. 122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전국 최대 규모 지방자치단체인 수원특례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잠재 기부자'가 가장 많은 셈이다. 수원시민들의 참여가 소멸 위기 지방도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진주시 1호 기부자 강진영씨(32)는 이 같은 수원시민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2015년 말부터 수원시 장안구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지난 1월1일 오전 9시께 고향사랑e음 사이트를 통해 진주시에 10만 원을 기부했다. 강씨는 명절에 그리운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점점 작아지는 고향의 모습이 항상 아쉬웠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상권 규모가 줄어들어 안타까웠던 그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소식을 접한 지난 11월 일찌감치 기부를 결정했고,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강씨는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만큼 매년 꾸준하게 기부하고, 기부금의 사용 등에 따라 기부액도 늘릴 예정"이라며 "한부모가정 아이들에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 등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도록 활용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부를 하고는 싶지만 기부금의 운영이나 활용 등에 대한 고민으로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고향사랑기부제가 하나의 방법"이라며 "공공기관이 기부금을 운용하는 만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진짜 고향이 아닌 곳에도 기부할 수 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기부에 앞장선 인물이 바로 수원시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다.
이재준 시장은 11일 집무실에서 '고향사랑e음 시스템'을 활용해 총 5개 지자체에 각각 10만 원씩을 기부했다. 고향인 경상북도 포항시를 비롯해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연천군, 전라북도, 태안군, 해남군을 기부처로 선택했다. 이날 이재준 시장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목표는 대도시와 소멸 위험 지자체의 상생이 돼야 한다"며 "소멸위험 지자체에 꾸준히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이 성공한다!
수원시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모금 및 운영과 안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TF를 구성·운영하고, 시정연구원을 통해 '고향사랑기부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를 진행해 일본의 사례 분석과 이를 수원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의 인센티브인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였다. 현재 1차 답례품으로는 지역화폐인 수원페이, 수원시만의 특성이 담긴 관광기념품(수원화성 주석소주잔, 능행도 명함첩, 장안문 모형)과 공식캐릭터 수원이 기념품, 수원호스텔 숙박권 등이 구성돼 있다. 또 플라잉수원, 화성어차 등 관광상품도 터치수원앱과 연계해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답례품은 내달 중 큰 폭으로 확대된다. 수원시가 공모를 통해 27일 2차 답례품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쌀(정다미)과 한우세트 등 농축산물부터 참기름, 수원왕갈비통닭, 커피, 막걸리, 수원약과, 수원화성빵 등 수원의 특성이 가미된 가공식품이 가격대별로 추가돼 선택 폭을 넓힌다. 캐릭터 상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공예품목도 다수 추가된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과 원데이클래스, 프로 스포츠 시즌권, 기부자 표찰이 부착된 나무 식재 참여권 등이 함께 선정돼 기부자들이 수원에서 경험하고 체험하는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수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고향사랑 기금을 활용할 방법도 다듬고 있다. 지역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 수원을 기부처로 선택한 기부자들에게는 자긍심을 줄 수 있도록 특별한 기금 사업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일례로 수원시가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셰어하우스 CON' 입주자들이 거주기간 만료 후 홀로서기를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 등 수원시에 딱 알맞은 사업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또 고향사랑기금 활용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기금 활용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 2월 중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반영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도 동참하기!
고향사랑기부제의 장점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거제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음성군), BTS 제이홉(광주광역시 북구), 손흥민(춘천시) 등 셀럽들의 기부 행렬에 평범한 소시민들도 동참할 수 있다. 설날 받은 세뱃돈을 아직 묵혀두고 있다면 고향을 살리는 기부에 활용해 의미를 더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처는 본인의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곳이어야 한다. 마음의 고향으로 삼은 곳이나 가족이나 친구가 살고 있는 곳, 여행에서 행복한 추억이 남은 곳, 응원하고 싶은 곳 등 어디든 가능하다. 다만 타인 명의나 가명으로는 참여할 수 없다.
방법은 두가지다. 온라인으로는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통해야 한다. 간단한 절차를 거쳐 회원가입을 한 뒤 로그인을 하고, 지자체와 금액을 선택해 납부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농협은행과 농축협에 방문해 서면으로 회원가입과 기탁서를 작성해 결제하면 된다.
기부금액은 연간 500만 원까지 가능하다. 횟수와 기부할 지자체 수는 제한이 없다. 연간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한 총 금액이 500만 원 이하면 된다. 기부액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기부 정보가 자동 신고돼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연말정산에 반영된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은 16.5%를 공제받는다.
기부금액의 30%는 답례품으로 돌려받는다. 기부한 지자체에 포인트가 생성되고, 지자체별 답례품을 선택하면 된다. 개인이 10만 원을 기부한 경우, 10만 원은 연말정산 세액공제로 전액 돌려받고 3만원의 답례품을 선물받아 결과적으로는 기부자에게 3만 원어치의 이익이 제공되는 셈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소멸위기 지역을 지키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고향사랑기부제' 를 응원하고 있다. |
수원=김삼철 기자 news100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