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반도체 웨이퍼 연마 기술 |
특허청은 26일 언론브리핑을 열고 기술경찰과 대전지방검찰청이 반도체웨이퍼 연마(CMP) 관련 기술을 중국에 넘기려 한 대기업 출신 주범 3명을 구속하고 범죄에 가담한 전·현 직원 3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위반 혐의다.
A사 전 직원이자 주범인 ㄱ 씨(55·구속)는 임원 승진에서 탈락 후 2019년 6월 중국업체와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 제조사업 동업을 약정했다. 이후 전 직장동료였던 B·C사 전 연구원인 ㄴ 씨(52·구속), ㄷ 씨(42·구속), ㄹ 씨(35·불구속)를 스카우트해 중국으로 이직시켰고 자신도 중국업체의 사장급으로 옮겼다. 국내에서 받던 연봉의 2~3배 이상을 받는 조건이었다.
이들은 회사 내부 접속망에 접속해 회사 기밀자료를 열람하고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유출했다.
기술경찰은 지난해 3월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중국업체로 이직한 B사의 연구원 2명(팀장 ㄷ 씨, 팀원 ㄹ 씨)에 대한 첩보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공항경찰, 국정원과의 공조 하에 잠복 수사를 통해 소재지를 찾아 급습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그 과정에서 추가공범 4명의 사실과 A사와 C사의 영업 비밀까지 노출된 정황이 포착돼 추가 입건했고 즉시 전원 출국금지 조치했다.
피해기업인 A·B·C 등 3개사는 모두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 합계 66조 원 상당의 기업이다. 기술 유출로 인해 B사의 피해 규모만 1000억 원이 넘는 가운데 중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전 구속하면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26일 특허청 언론브리핑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술경찰은 수사체계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박사(공학·약학·법학·디자인)와 변호사, 변리사, 포렌식 전문가, 심사·심판경력자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수사관을 배치할 예정이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기술범죄수사지원센터를 신설한다. 최첨단 수사 장비를 갖춰 기술범죄수사에 특화된 과학수사 기능을 강화하고 대전지검과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 공조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시형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술범죄의 큰 문제는 본인이 개발에 관여해 기술이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죄의식이 없는 것도 있지만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며 " 전자화돼 저장·이동되는 기술정보의 특성상 적발이 어렵고 적발돼 기술적 쟁점 판단이 어려워 혐의입증과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고도의 수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기술경찰의 역할을 강화해 우리 국가핵심기술을 지켜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기술 유출 범죄는 112건에 달했다. 이중 국가 핵심기술 유출은 36건이며 중국 유출 비중은 90%를 차지한다. 기술유출사건의 46%는 퇴직인력에 의해 벌어졌고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액은 26조 93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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