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박용래 시인의 모든 것 담았다… "작은 미물도 사랑한 진짜 시인"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박용래 시인의 모든 것 담았다… "작은 미물도 사랑한 진짜 시인"

백석 전문가 고형진 교수 6년 동안 준비 끝에 시전집·산문전집·평전 출간
"오류동 청시사는 대전의 문학적 유산이자 자산… 반드시 꼭 복원되길"

  • 승인 2023-01-26 08:49
  • 수정 2023-01-26 12:35
  • 신문게재 2023-01-27 9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시선, 평론
대전의 대표하는 서정시인 박용래 시인의 모든 것을 담은 3권의 책이 나왔다. 고려대 국어교육과 고형진 교수가 무려 6년 동안 준비 끝에 내놓은 '박용래 시전집', '박용래 산문전집', '박용래 평전'이다.

고형진 교수는 중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들은 보고 지나간 미물, 가난한 아름다움을 찬양했던 진짜 시인"이라며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문학만 조명했던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소외되고 희생된 박 시인의 제 위치를 찾아주고 싶었다"고 이번 작업을 총평했다.

박용래 시인은 충남 강경에서 태어났지만, 줄곧 대전에서 살았다. 대전 중구 오류동에 푸른감이라는 택호를 직접 붙인 '청시사'에서 대전 그리고 전국의 문인들,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저녁눈', '울타리 밖', '겨울밤', '점묘' 등 수작을 남겼다.

고형진 교수는 박 시인의 시 세계를 탐구하면서 시인의 의외의 면모를 발견했다고 전해왔다.



고 교수는 "창작과 비평사에서 시인 사후 4년에 발간한 '먼 바다'라는 시집이 있다. 생전에 출간된 시를 모아서 낸 건데, 시집 하단에 어디에서 언제 발표한 작품인지 문예지가 명기돼 있다. 이번 작업에서 직접 작품 하나하나를 찾다보니 제목이 다르거나 내용이 다른 시가 다수 발견됐다. 작품을 발표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지만 박 시인처럼 제목을 여러 번 바꾸지는 않는다. 아마도 시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 작품 하나하나를 수정하고 재탈고를 하는 숭고한 예술의 시 세계를 이어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30126_082241626
두 번째 의외의 면도 역시나 시를 대하는 시인의 예술혼이다. 고 교수는 "박 시인은 평소 술을 좋아하고 다정다감한 분이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품을 쓸 때는 매우 엄격했다. 일상하고는 전혀 다른 아주 치밀하고 꼼꼼한 장인 의식이 엿보인다"고 했다.

백석 전문가인 고 교수는 박 시인이 백석의 영향을 아주 깊게 받았다고 분석한다. 고 교수는 "보통 박용래 시인이 김소월, 김영랑, 서정주 등 이른바 정통 서정시를 계승했다고 한다. 서정적 가락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들과 다른 아주 독특한 회화적인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이 세상에 태어났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돈과 권력, 명예로부터 떨어져 있는 삶이 가진 아주 숭고한 삶과 정신적 가치를 보여준다. 그런데 박용래 시에도 가난한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지상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미물까지도 보듬는 시인의 모습이다. 박용래와 백석은 닮았다"라고 말했다.

1971년 오류동 청시사 자택
1971년 오류동 청시사 자택에서 박용래 시인.
나란히 출간된 3권의 책 가운데서도 백미는 역시나 '평전'을 꼽을 수 있다. 고 교수가 시인에 관한 기록과 자료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직접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시인의 문학과 일생을 조명했다. 학술적인 연구서이기도 하지만, 자료가 부족했던 1970년대 대전의 역사와 문학사의 미시적인 면면까지 흥미롭게 풀어냈다.

고 교수는 순수한 학자의 사명감으로 박용래 세계를 오랫동안 탐구하면서 시인뿐 아니라 대전에도 애정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용래 시인의 '청시사' 복원은 고 교수에게도 간절한 희망이다.

고 교수는 "박 시인의 대표작 저녁눈이 탄생한 곳이 바로 청시사다. 이곳에서 문인들, 예술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평전에도 나와 있지만 청시사에는 나무와 꽃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곳이 복원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대전만이 가진 문학적 산실, 문인들의 사랑방이자 문화유산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쉽다.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다면 좋겠지만 다른 방식일지라도 청시사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후대에 계속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용래 시인의 세상을 오랫동안 탐구했던 고형진 교수는 이제 시어의 역사와 시어의 의미 변화 등을 살펴볼 문학적 여행을 앞두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사직야구장 재건축 국비 확보, 2031년 완공 목표
  2. 금강 세종보' 철거 VS 가동'...시민 여론 향배는 어디로
  3. 신탄진역 '아가씨' 성상품화 거리 대응 시민들 31일 집결
  4.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5. [썰] 전문학, 내년 지선서 감산 예외 '특례' 적용?
  1.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2.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임 위원장에 이은권 선출
  3. 충남대, 제2회 'CNU 혁신포럼’…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정책 대응 논의
  4.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마음 회복의 시간, '힐링한판'
  5. '수능약?' 전문의약품을 불안해소 오남용 여전…"호흡발작과 천식까지 부작용"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트램 공법 위법 아냐… 예산 절감 효과 분명"

대전시 "트램 공법 위법 아냐… 예산 절감 효과 분명"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복공판 공사 계약 과정에서 입찰 부정이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복공판 공사 기법이 예산 절감 등의 이유로 필요했고, 업체 선정 과정 역시 관련 규제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30일 최종수 대전시 도시철도건설국장은 시청 기자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이 제기한 복공판 공사 업체 부정 입찰 의혹 등에 "업체 선정은 대전시가 요청한 조건을 맞춘 업체를 대상으로 역량을 충분히 검토해 선정했다"라며 "사업 내용을 잘 못 이해해 생긴 일이다. 이번 의혹에 유감을..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야구 참 어렵다"…김경문 한화 감독, 한국시리즈 5차전 총력 다짐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야구 참 어렵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4차전을 패배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화는 이날 선발 투수 와이스의 호투에 힘입어 경기 후반까지 주도권을 챙겼지만, 9회에 LG에 역전을 허용하며 4-7로 패했다. 와이스와 교체해 구원 투수로 나선 김서현의 부진에 김 감독은 "할 말이 크게 없다. 8회에는 잘 막았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대전시, 상장사 성장 지원 본격화… 전 주기 지원체계 가동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상장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며 명실상부한 비수도권 상장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기업의 상장(IPO)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2022년 48개이던 상장기업이 2025년 66개로 늘어나며 전국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성장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 인식 제고를 병행해 '상장 100개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2025년 '대전기업상장지원센터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