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의 시작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대전역 노점 찐방 집에서 지역 대표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대전 원도심을 지켜온….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해 670여 명의 직원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기적의 빵집. 1956년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을 만들어 팔던 시절 역세권 상권이 이미 형성된 노른자 땅을 뒤로하고, 중심지에서 두 블록이나 떨어져 허허벌판에 가게를 옮긴 사연부터 경쟁이 아닌 상생을, 독점이 아닌 나눔의 경영을 추구하게 된 이유를 소개한다.
저자 김태훈 20대 후반부터 문화정책 분야에서 일했다. 고향인 경남 창원의 경남도민일보 문화부 기자를 거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7년 동안 정책과 홍보, 음악사업팀장을 맡으며 문화산업 전반을 섭렵해왔다. 성심당과는 6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 지역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로컬기업 사례로 관심을 두고 연구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공저 '소리바다는 왜', '스토리텔링 레시피', '가는 길이 내 길이다' 등이 있다.
대학생이 뽑은 대전의 대표 브랜드 성심당의 성장에는 끝없는 제품 개발과 업계를 선도한 마케팅 전략, 사소한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본질에 충실히 하고자 했던 경영철학이 숨어있다. 제과업계 최초로 주5일 근무를 도입하고, 전 직원에게 매출을 공개하는 투명경영으로 신뢰를 쌓으며 이윤의 15%는 직원에게 성과보수로 지급한다. 하루 빵 생산량의 3분의 1을, 매달 3000만 원 이상의 빵을 기부한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잿더미가 된 상황에 기적적으로 회생하는 대목에서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메가히트 튀김소보로와 연일 신제품을 쏟아내는 개발 스토리부터 국내 제과업계의 역사이자 동네 빵집의 성공신화를 품은 성심당의 파란만장한 60년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조성남 전 중도일보 주필(대전역사문화연구원장)의 칼럼집 '100년 도시 대전, 세계도시가 되려면Ⅰ'에서 저자가 주목한 대목은 '대전'과 '문화'다. 대전에서 나고 자나 평생을 살아온 저자는 대전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성장해 나가길 간절히 바라왔고, 그 마음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1장 '조선 선비와 공감의 시대'를 시작으로 2장 '아리랑이 중국 문화유산?', 3장 '60년 전 중도일보가 지향했던 중도(中都)의 비전', 4장 '금택학(金澤學)과 백제학 그리고 대전학', 5장 '유럽의 대전예술', 6장 '대전문화예술인에 대한 추억과 기억' 순으로 풀어냈다.
1954년 대전에서 태어난 조성남 원장은 대전고와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대전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전일보 문화부 기자를 거쳐 중도일보 편집국장과 주필, 대전중구무화원장, 대전문화원연합회장,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대 대전역사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대전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대전의 인구 감소와 역사성 약화에서 비롯됐다고 내다봤다. 2021년 신간 발표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대전은 얼마 전까지 단 한해도 인구가 줄지 않고 성장해 왔다"며 "하지만 인구감소와 더불어 도시의 역사성이 점점 사라지는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자는 "대전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면서 이 도시가 역사도시, 문화도시로 성장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편씩 각종 매체에 투고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며 "후속 글을 모아 2권과 3권을 발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살아서는 회덕에, 죽어서는 이사동에 묻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사동은 은진 송씨 묘역이 밀집한 곳이죠. 우리나라 민묘(民墓) 문화를 가늠할 대표적인 곳이라는 점에서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충분합니다."
532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전 동구 이사동 묘역과 묘역을 조성하고 관리해 온 후손들, 후대의 학자와 지역 연구자들, 그리고 이사동에 세거해 온 주민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 담겼다.
'단일 문중 분묘군'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이사동 은진 송씨 집장지(산소가 모여있는 곳)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사동에 깃든 삶의 흔적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도 이사동만의 숨은 매력을 면면히 드러낸다. 그동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 온 저자들이 오랜 시간 수집해 채록한 답사 지도를 별책부록으로 첨부해 이해를 돕는다.
스토리텔링 연구가 한소민 활동가와 함께 조현중, 한정근 저자가 의기투합해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접근으로 이사동 묘역과 그곳을 지켰던 인물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저자 한소민은 이사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와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충남대와 평생교육원, 대전시민대학 등에서 스토리텔링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조현중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장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한밭문화마당 강사와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연구원 등 역사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저자 한정근은 '시와세계' 신인상 수상 이후 송시열, 송준길 등 충청 인물 시리즈와 예신학, 부여학 등 지역학 연구시리즈를 편집·출판하고 있다.
나훈아와 김지미가 살았다는 고풍스러운 주택이 자리한 대사동 한절골마을부터 전형적인 산동네인 솔밭마을의 아기자기한 집과 골목 풍경까지...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이 생기면서 근대도시로 발달한 대전 원도심의 숨은 흔적들까지 대전이라는 도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주거공간의 소멸과 탄생, 쇄락과 번성은 전국 어느 도시에서나 흡사하게 발견되는 패턴이다. 살던 동네의 익숙한 골목이나 집, 소소한 풍경들이 개발로 인해 사라져버리고, 소비재로 전락한 버려진 공간은 개성과 정겨움을 잃어버리고 만다.
책은 여행기도 전문 지리서도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살이의 최소 주거 단위인 '마을'을 중심으로 정겨운 무형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를 그렸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맞닥뜨린 우연한 풍경에 소소하게 말을 걸고, 이는 획일화와 반대되는 '다름'과의 만남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잡지 월간 토마토의 장기 프로젝트 '대전여지도 시리즈'는 한국 잡지사에 한 획을 그은 한창기의 '뿌리깊은 나무'가 선보인 '한국의 발견 시리즈'의 뒤를 잇는 10년에 걸친 야심작이다. 총 4권으로 구성해 '중구'와 '동구', '유성구', '서구'편까지 대전 곳곳의 희미해진 마을의 울타리를 찾아 떠난다.
저자인 월간토마토 이용원 편집장은 2007년 문화예술잡지를 창간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 시대 자본의 때가 묻은 도시 곳곳에서 희미해진 마을을 찾아다닌다. 기자 특유의 절제되고 무심한 듯한 문장 속에 따뜻함이 가미했다. 마을 경로당을 지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느른한 시선이 있는가 하면, 골목에서 바라본 쨍한 푸른 하늘이 있고, 또 개발로 순식간에 파헤쳐지는 오랜 삶터에 관한 애착이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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