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경제 위기와 정치적 이유로 '당장'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5일 지역 대학과 교육계에 따르면 각 대학은 이달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2023학년도 등록금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등심위는 교직원, 재단, 학생 등 대표자들이 해당 연도 등록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학교별로 개최한다. 등심위를 통해 논의하지만,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그동안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난을 호소하면서도 실제 인상은 하지 못했다. 정부가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상한제와 국가장학금 규제로 사실상 대학 등록금 인상을 막아 왔다.
고등교육법에는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올리려 하더라도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대학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가 대학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면서 등록금 규제 해제에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교육부는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등록금 인상에 대해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에 와서 등록금 자율화를 꺼냈다가 바로 철회했다. 경제 위기에 내년 총선까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참다못해 부산 지역의 동아대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전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4년 동안 가장 낮은 53.5%를 나타냈다. 학생 수 감소와 동결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전은 등록금 의존율이 56.6%로 조금 더 높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한 '2022년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회계연도 2021년 결산 기준 사립 일반대 192곳의 등록금 의존율은 53.5%로 전년 54.9%보다 1.4%포인트 감소했다. 등록금 의존율은 자금수입총계에서 학생들이 낸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등록금 규제 해제에 지역대들은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역대학 한 관계자는 "물가는 계속 올랐는데 대학 등록금은 10여 년이 넘게 그대로다. 학령 인구까지 줄고 있어 재정난 해소를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서로 눈치를 보겠지만, 한 대학이라도 인상 물꼬를 트면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간 격차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지역 대학 관계자는 "사실 지역 대학들이 수도권에 비해 학생 모집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등록금 인상이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서 "유명 사립대들은 등록금을 올리는 데 부담이 없지만, 정원을 고민하는 지역 대학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숨 쉬었다.
한편,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6월 연구자료를 통해 "14년째 동결 됐지만 사립대 등록금은 OECD 회원국 중 7위(2019~2020년), 국립대는 8위를 기록했다"면서 정부가 등록금 동결 기조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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