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는 준예산 체제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게 됐지만, 여야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구의회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제269회 임시회를 열고 2023년도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 결과, 특별회계 3억 6000만 원을 제외한 일반회계 전액 원안 가결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일반회계 예산 중 연구용역비, 동구 0시 동막골 축제 예산 등 6개 사업 5억 700만 원 삭감을 요구했다. 해당 사업들이 기본계획이 부실하거나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전액 원안 가결을 해야 한다고 맞서 여야 합의가 지연됐다.
결국 시간에 쫓겨 민주당이 양보를 택했다. 합의가 늦어져 올해 안으로 예산을 처리하지 못하면 동구는 필수 경비만 사용할 수 있는 준예산 체제 돌입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준예산 체제에 들어가면 신규 사업 등 대부분의 예산 집행이 불가해 사실상 셧다운 상황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번에 양보를 해준 만큼 앞으로 국민의힘도 협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예산 부결사태는 봉합됐으나 민주당은 여전히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동구의회 민주당 일동은 28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여야 원내대표 간 조율사항은 계속 파기돼 신뢰가 고갈되는 상황이었다"라며 "지역구 국회의원인 장철민 의원의 중재 노력이 있었으나 구청장과 야당이 수차례 거절했다. 정작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은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4선인 박영순 의장의 자질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역의 모 의원은 "이번에 동구의회가 최악의 상황까지 간 것은 의장 책임도 크다"며 "예산 부결도 최종적으로 방망이를 두드리기 전에 의장이 나서 여야 원내대표들을 불러 합의를 시켰으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진 않았을 거다. 여당이라도 수장으로서 중심을 지키고 중재 역할을 확실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순 의장은 폐회사에서 "본예산 부결 소식에 걱정하고 실망하셨을 구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며 "이번 심의 과정에서 돌출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통해 구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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