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도 대전은 수없이 변모했고 성장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기억나는 지점이 없다. 26년 동안 성과 없이 공회전만 반복했던 도시철도 2호선, 동-서로 나뉜 심각한 지역 불균형, 대전을 떠나는 사람들, 반복되는 충청 패싱까지. 좋은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대전은 어떤 색도 가지지 못한 도시로 전락한 원인이다.
그러나 계묘년 2023년은 조금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을 품어본다. 그동안 넘어지고 좌절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역량을 키워온 대전은 어느 분야든 일류도시로의 도약할 수 있는 자신감 한마디로 '신형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23년은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와 열망이 응축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대전엑스포 93은 '새로운 도약의 길'이라는 주제로 93일 동안 대전에서 개최됐다. 당시 개발도상국에서의 첫 엑스포, 서울이 아닌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로 우려가 컸다.
대전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가 펴낸 '대전 세계박람회 공식보고서'를 살펴보면 '개최지인 대전권의 도로 등 기반시설이 미약하고, 시가지와 하천정비가 미진한 바 국제행사인 박람회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 대전 시내의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과 시가지 녹화, 하천정비 등에 1630억 원을 투입한다'고 당시 대전의 상황을 기술해놨다.
엑스포 개최는 대전만의 숙제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준비했던 과업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전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대전 곳곳 변화시켜 나갔다.
엑스포 이후 주요 언론은 "엑스포가 대전을 이 나라의 중핵도시는 물론 국제도시로 끌어 올리는 디딤돌 역할을 해냈다"며 "국고 1조3200억, 대전시 2800억 원을 부담했다. 대전시로서는 엑스포가 아니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국가 예산을 단기간 내 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엑스포는 대전의 효자 이미지까지 만들어냈다. 대덕연구단지와 유성온천, 대전 주변의 백제문화권 또 첨단과학기술의 메카, 정부대전청사, 계룡대 등 대전이 지닌 기반시설이 국가 중추적 상징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2023년, 이제는 비상의 길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 30주년이 되는 계묘년 2023년 대전시는 굵직한 현안 사업의 시작한다. 역대 시정부터 이어오는 계속사업도 있지만, 민선 8기의 색이 담긴 사업이 주로 포진돼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그리는 대전은 '일류도시'다. ‘이왕 하는 거 세계 최고 또는 가장 높고 크게’라는 속내가 담긴 주문이기도 하다.
민선 8기에도 도로망 구축부터 속도를 낸다. 가장 먼저 2023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착공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대전시는 20일 38.1㎞ 순환선 전 구간을 무가선으로 정책 결정을 내렸다. 물론 2023년 내내 기술제안 입찰을 통해 급전 방식을 결정하고 총사업비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가장 큰 난관이 있지만, 무려 26년 대전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대전시의 노력이 착공이라는 빛나는 결과로 돌아올 한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공약이면서 대통령 공약인 '호남고속도로 지하화'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도 대전 그리고 향후 충청권 메가시티를 위해서도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꼽힌다. 물론 사업 추진부터 완성까지는 10년 정도가 소요되는 긴 로드맵의 현안이지만 대통령과 시장 공약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올해 신속한 추진을 기대해볼 법하다.
엑스포 당시 대전을 찾은 관광객만 1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전시는 30년 전 엑스포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민선 8기 체류형 관광도시를 준비다. 관광의 핵심은 대전 전역이 대상이지만, 보문산을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사실상 골자다. 우선 중구 목달동과 무수동에는 휴양림을 조성하고 호동근린공원 일대는 제2수목원으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안을 내놨다.
여기에 케이블카와 전망대, 워터파크, 가족형 콘도 등 대규모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의 밑그림까지 공개될 예정이라 보문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시대가 2023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장우 시장이 초반부터 섬세하게 기반을 다지려는 과학분야도 올해가 중요한 전환점이다. 대전시는 2023년 나노·반도체와 바이오를 주력 산업으로 기업과 인재육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우주항공 분야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으로 탄력받았고 방산 분야는 방위사업청 조기 이전이 확정되면서 굵직한 미래 먹거리 기반이 착착 뿌리내리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