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의회 본회의 자료사진 |
5억 700만원 감액을 두고 대립하다 총 6793억 원 가량의 전체 예산을 통으로 날린 꼴인데, 사후 대책도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책임론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동구의회는 12월 16일 제268회 정례회 3차 본회의를 열어 2023년도 본예산 안건에 대한 표결에 나섰으나 여야 동수로 찬성 5표, 반대 5표로 최종 부결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예산안을 부결시킨 건 전체 예산 중 5억 700만 원 감액 문제 때문이다.
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월 13일부터 회의를 열고 내년도 본예산 심사를 진행했다. 15일 계수조정에서 표결을 했고 일부 특별회계 예산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회계 예산은 전부 원안 가결했다. 현재 예결특위 전체 7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이 한 명 더 많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이에 본회의 당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용 의원이 5억 700만 원을 삭감하는 수정안을 발의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여야 동수로 부결됐다. 뒤이어 예결위가 의결한 본예산안을 상정했는데, 여야 갈등으로 끝내 부결된 것이다.
민주당 측은 6개 사업의 예산 감액을 제시했다. 특히 긴급 연구용역 예산 5000만 원과 대전 0시 동막골 축제 2억 9000만 원, 인쇄 UP 아트 페스티벌 9900만 원의 경우 전액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긴급 연구용역 예산의 경우 구청이 내년 국·시비 확보 사업에 긴급히 사용할 목적으로 올렸지만,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지 모르는 연구용역비를 통과시켜줄 수는 없다고 맞섰다. 대전 0시 동막골 축제와 인쇄 UP 아트 페스티벌도 구체적으로 행사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구용역비의 경우 용도가 없다가 갑자기 12월 초 대전시 확대간부회의 이후 구청이 공원을 조성하는데 쓰겠다고 했지만 학술 연구용역비로 올라온 거라 시설 조성에도 못 쓰는 상태"라고 했다. 또 "대전 0시 동막골 축제도 담당과가 막걸리를 주제로 추진하겠다고 하다가 폐기해 현재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인데, 국힘은 전부 필요한 예산이라며 원안 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예산을 빌미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이미 예결위에서 결정된 사항인데 자기 의견대로 계수조정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추경 때부터 2회 연속으로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가 합의점을 못 찾아 동구는 내년 공약 사업 등 대부분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례 없는 사태에 본회의 직후 구청과 의회가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문제를 초래한 의원들 역시 누구 하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방도를 찾지 못한다면 동구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인 '준예산 체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여당인 국민의힘 측이 오히려 구청장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 의원은 "오히려 여당이 전액 원안 가결을 밀어붙이려 한 것이 화가 됐다"며 "야당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해주고 타협을 봤다면 예산 전액이 날아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논의를 위한 구체적인 임시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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