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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 수거 업무자 김영상 주임이 고장난 타슈를 수거차량에 싣고 있는 모습. |
"때때로 보물찾기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파손된 타슈를 만나면 마음이 쓰립니다."
12월 12일 오전 7시 50분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추운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느려진 발걸음을 재촉하며 만남의 장소로 향했다. 타슈 대여소에서 만난 인물은 대전시 시설관리공단에서 타슈 수거와 재배치를 담당하는 김영상 주임이었다.
동행취재 1시간 전 이미 업무를 시작해 찌뿌둥한 몸을 풀며 만난 그는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수거 차량에 탑승해 타슈 앱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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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동의 한 원룸촌, 상습적인 타슈 사유화를 시도하는 곳으로 정기적인 방문을 하고있다. |
"오늘로 이곳만 한 달 사이 세 번째 방문이네요." 오전 8시 10분쯤 도착한 중구 문화동의 다중주택 밀집지역, 어플에서는 보이지 않는 타슈 1대를 발견했다. 김 주임에 따르면, 해당 장소는 주기적으로 타슈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장소다. 이날도 이용자는 타슈 사유화를 시도한 듯 잠금장치를 체결하지 않은 채 주차를 해놨다.
김 주임은 "타슈 이용 요금이 최대 5000원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일부러 잠금장치를 체결하지 않고 주차를 해놓고 혼자 사용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잠금장치를 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방식인데, 잠금장치를 하지 않으면 GPS 장치도 꺼져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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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 사유화를 위해 잠금장치를 파손해 놓은 모습. |
문화동에서 타슈를 수거한 후 산성동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도 GPS 장치가 꺼져 앱에서는 보이지 않는 타슈가 길거리 곳곳에 있었다. 발견한 타슈의 수는 총 5대로, 이 중 잠금장치가 파손된 타슈는 3대나 됐다. 올해 11월 한 달간 타슈 이용량은 총 40만 9803건으로, 작년 동월 3만 9918건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량이 급증한 만큼 타슈 사유화를 위해 잠금장치를 훼손하는 일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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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를 파손하기위해 잠금장치 체결상태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지지하는 프레임이 파손된 모습. |
대전시는 사유화 시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날로 발전하는 사유화 수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설관리공단 타슈관리팀 관계자는 "사유화된 타슈를 수거하는 업무는 골목마다 직접 방문하거나 민원을 통해 해결하지만, 마지막 이용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사진이나 동영상 등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경우 페널티를 주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비단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취재결과,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운영 중인 서울시도 사유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뾰족한 묘안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서울의 '따릉이'는 사유화와 파손 문제가 대전만큼 심각하진 않다. 대전은 대여소 기준 50m 이내에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서울은 대여소마다 비콘을 추가 설치해 10m 이내까지 오차범위를 줄여 반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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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설관리공단 내 타슈 수리센터에 고장난 타슈가 줄 서 있다. |
타슈 수거 업무를 시작된 지 2시간여 만에 수거 차량이 타슈로 꽉 찼다. 시설관리공단 내 타슈 정비센터에는 수리를 기다리는 타슈들이 빼곡했다. 현재 타슈 수거 업무 담당자는 총 21명으로, 7인 1개 조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 평균 150대 정도의 타슈를 수거하지만, 실제는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김 주임은 "몸으로 떼우는거죠. 요즘 날씨가 춥다 보니 그나마 조금 적어 할만해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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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부 계단, 잠금장치를 훼손하려다 실패하고 냇가에 버려진 타슈 등 사유화, 파손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 김영상 주임 제공) |
1차 업무를 끝내고 또 다른 타슈를 수거하기 위해 차량에 몸을 실은 김 주임은 "타슈 사유화는 3회 적발 시 1달 이용정지라는 페널티를 줘서 해결하려 하지만, 사용자를 특정하기 위한 증거를 민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확실히 매듭짓기 어렵다"며 대전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 이동수단인 만큼 보다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영일 기자 rladuddlf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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