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인천공항을 박차 오른 비행기가 일본 나리타공항에 내리기 위해 고도를 낮출 때 '나는 왜 일본을 찾아왔나?' 질문이 솟아났다. 일본음악은 듣지 않았고 애니메이션도 그다지 찾지 않았으며, 시오노 나나미 또는 하루키 소설 정도만 읽었던 일본문화 문외인이 굳이 취재를 위해 일본 땅을 밟았냐는 것이 불현듯 솟은 질문의 요지였다. 대전에서 발끝만 쳐다보며 하루하루 취재대상을 찾아 걷다 보니 일본을 아니 다녀올 수 없었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대화 중에 일제강점기나 그때의 일본인을 언급하는 일이 대전에서 다른 도시보다 자주 있다고 느끼는데, 발끝에 자꾸 보이는 그들의 흔적을 쫓아 대한해협을 건넌 것이다.
특히, 패망으로 일본에 귀환한 지 70여 년에 가까운 지금까지 나고 자란 대전을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향수의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5박 6일 취재는 원하는 만큼 이뤄졌으나, 더 무거운 질문은 귀국 후 던져졌다. 한일관계는 국가 간 외교의 연장선인데 지역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답을 찾기 몹시 어려웠고, 앞서 일본을 경험하고 연구하였던 분들을 찾아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도움을 구했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할 때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오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한일관계에서 어쩌면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외려 드물고, 태생적으로 평화와 교류를 기반을 둬 성장을 지향하는 도시 간 개념에서 한국과 일본을 바라볼 때 새로게 접근할 수 있다는 조언에 공감하게 됐다. 더욱이 대전이라는 도시가 갖는 특성을 생각했을 때 고착된 국가보다 유연하게 대일관계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렇게 대전이라는 도시의 관점에서 이번 취재를 돌아보고 정리한 결과, 대전태생 일본인들이 모여 출범한 '일한시민네트워크 나고야'를 비롯해 후지츄양조의 대전태생 쓰지 아츠시 씨 그리고 학생교류 홈스테이, 기록을 위한 연구 활동부터 예술활동까지 정리될 수 있었다. 결국, 후세에도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임병안 사회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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