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면 주민들이 결성농요를 시연하고 있다./사진=김성현 기자 |
충남의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과거 중고제 명창들의 탄생지, 득음터 곳곳에는 고유의 멋, 소리, 충남인들의 자긍심이 있었고, 중고제를 되살리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과제 또한 존재했다. 그랬기에 '충청의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중요하고 특별했다.
제1회 중고제 소리축제 '중고제 유적답사' 프로그램이 열린 5일 오전 9시 공주한옥마을. 중고제의 흔적을 찾아가기 위해 많은 판소리학회 관계자들이 모였고, 그들은 저마다의 기대감을 품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가량이 흐르자 첫 번째 유적지인 홍성 결성농요보존회 전수관에 도착했다.
홍성 결성면은 18세기 판소리 명창 최선달(崔先達, 1726-1805)의 고향이다. '조선창극사'에서 광대의 효시에 해당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결성의 최선달"을 언급할 정도로 최선달은 초기 판소리 명창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초기 명창의 고향인 만큼 결성면 주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했다. 주민들은 결성면이 초기 명창인 최선달의 고향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결성농요 시연을 통해 시원한 창법을 선보이며 판소리의 고장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동백 명창 생가지, 득음터 |
이동백은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나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으로, 이른바 근대 오명창에 속하는 인물이다.
오명창에 속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생가지에는 어떠한 흔적이 남아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내 그 기대감은 깨지고 말았다.
어떠한 표지판도 없이 일반적인 가정집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기 때문이다. 플래카드가 붙어있지 않았다면 이곳이 이동백 명창의 생가지인지 일반 가정집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판소리 학회 관계자들이 새타령을 부르며 이동백 생가지이자 득음터인 것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줬지만, 중요한 유적지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방치되고 있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꼈다.
김성옥 명창 생가터 |
김성옥은 19세기 전반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으로 충남 강경(현재 충남 논산시 강경읍) 출신이다.
강경 소금문학관에 도착한 후 옆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김성옥 명창의 생가터가 나왔다. 생가터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원한 강경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곳 역시 김성옥 생가터라는 표지판만 있을 뿐 중고제의 의미, 중고제 창시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중고제가 무형의 문화이기 때문일까? 중고제 유적지 대부분이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거의 방치되고 있었다. 이러한 유적의 상황을 보고나니 충청의 소리 중고제를 되살리기 위한 과제가 더욱 명확해졌다.
충남문화재단 관계자는 "충청 문화예술의 중요한 유적인 중고제 유적지 대부분이 개발되지 않고 있어 역사적 가치 보존은 물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을 알리고 시군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이끌기 위해 제1회 소리축제, 유적답사를 기획했다. 비록 이태원 참사로 인해 일부 행사 일정이 변경, 축소됐지만 중고제 부활을 위해 많은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환 충남중고제판소리진흥원장은 "비록 중고제가 유행에서 벗어났더라도 충청도 고유의 심성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고유의 음악 예술이기에 다시금 부활시켜야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고제 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포=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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