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는 최근 며칠 사이에 증폭됐다. 10월 31일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말을 맞춘 듯 일제히 예산 삭감 등 이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지역 여론이 들끓자 대전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3일 박홍근 원내대표를 만나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국방위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으나 하루도 안돼 예산은 삭감됐다.
방사청은 대전이 혁신도시로 지정된 지 2년 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이전이 확정된 공공기관이다. 8월 31일 '대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고시까지 마쳤다. 기상청 등의 이전은 중기부의 세종 이전에 따른 대안으로 결정된 사안이다. 예산 삭감이 확정될 경우 신축청사 설계비와 건물 임차료, 리모델링 비용 등 당장 내년 초부터 진행될 이전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방사청과 연계해 국방과학도시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대전시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태원 참사'로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터에 대전시민들에게 날아든 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 소식은 참담함을 더한다. 영·호남지역 예산이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겠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국방위에서 삭감된 방사청 이전 예산은 예결위 심사에서 정부 원안대로의 복원 여부가 결정된다. 아무리 대치 정국이라고 하지만 방사청 이전 문제가 정쟁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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