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전 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이성희 기자) |
10월 29일 핼러윈을 앞두고 벌어진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박소연(27·가명) 씨는 1일 중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소연 씨는 사고 당시 사람들이 몰려 있던 왼쪽 가장자리에 있었고, 다행히 인근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5분 만에 사고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죄책감과 충격에 휩싸여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박 씨는 "구조될 때 옆에 있던 사람이라도 같이 잡아서 끌고 나왔어야 했나 후회된다"라며 "잠을 자려 해도 그 상황만 떠오르고 며칠째 아무것도 하지 못해 회사에 병가를 낸 상태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당시 참사 현장을 바로 눈앞 혹은 근처에서 겪은 생존자들과 목격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또 현장에 없던 일반 시민들까지 SNS를 통해 당시 참상을 간접 목격하면서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번 이태원 사고는 국내에서 전례 없던 대규모 압사 사고 인데다 재난과 달리 '목격'에 의한 충격이 매우 크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만큼 '유사한 참사가 우리 도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영상을 지켜봤다던 이은수(30·대전 중구) 씨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태원 사고 이야기를 하니 그 영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고 호소했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 보통 한 달 이내에 회복되지만,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 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악화되는데 유족의 경우 80%, 단순 목격자도 15% 정도다.
전문가들은 트라우마 반응을 방치하면 후유증이 크다며 빠른 치료와 상담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생존자들과 목격자들이 죄책감을 내려놓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제춘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결코 본인들의 잘못이 아니다. 미안해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주변 지인과 병원 등을 찾아 꼭 상담을 받고 치료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부상자·목격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할 예정이다. 대전시도 재난심리지원센터 대전세종지사와 매칭해 시민들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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