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있으나 마나' 안전관리 매뉴얼·안전불감증 참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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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있으나 마나' 안전관리 매뉴얼·안전불감증 참사 키워

지역축제 매뉴얼 적용 불가 이유로 참사 안전대책 미비
매뉴얼 근거인 '재난안전법' 취지 무시·소극적 대처 지적
지자체 안전 의식 중요… 매뉴얼 적용 대상에 포함 필요도

  • 승인 2022-10-31 17:31
  • 신문게재 2022-11-01 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20221031-합동분향소
31일 대전 시청 1층 로비에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 이성희 기자)
154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국가와 지자체의 소극적인 안전조치가 질타를 받고 있다. 현행 매뉴얼로는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어디서나 같은 재난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적용 대상 확대가 요구된다. 매뉴얼의 근거가 되는 상위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안전의식도 절실하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54명·부상자 149명 등 모두 303명이다. 이중 대전시민은 20대 여성 3명과 30대 남성 1명 모두 4명이 숨졌다. 충남도민은 20대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생을 마감했다.

지난 29일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모인 젊은이들이 압사 사고로 한꺼번에 숨진 가운데 희생자들의 장례가 치러지는 한편 참사 피해가 커진 원인을 규명하는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관할 자치구인 용산구를 비롯해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경찰은 이번 참사 피해를 키운 데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참사 당시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매뉴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참변을 키운 원인으로 행정당국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조치가 지목되고 있다.



현재 대규모 인파가 군집하는 행사나 축제에는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이하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를 비롯해 민간이 개최하는 지역축제에도 적용되지만, 이번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는 주최자를 측정할 수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이기 때문에 이 매뉴얼을 적용할 수 없었다는 게 당국의 해명이다.

같은 논리라면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어디서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참사에 대해 국가는 방관·방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다가오는 카타르 월드컵이나 12월 크리스마스 등 시민이 모일 것으로 예측되는 장소에서도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안전관리 매뉴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것으로 재난안전법 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행해야 한다"고 국가 등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매뉴얼을 한정적으로 적용하면서 지자체와 국가의 소극적 대응이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지자체·경찰의 안전의식과 의지라는 목소리다.

대전시 관계자는 "주최가 명확하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심의하고 시행하지만 이태원 참사처럼 주최자 명확하지 않을 땐 이런 과정이 포함될 수 있는 법령이나 매뉴얼은 없다"며 "그러나 안전이 우선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지자체와 경찰·소방에 협조를 요청하고 안전관리를 따로 세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대전시도 이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가 없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대규모 행사 안전조치 강화 협조 요청이 왔다"며 "자치구에도 모두 전달했고 이런 사례가 발생했으니 더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전경찰 역시 앞으로 있을 월드컵과 크리스마스 등에 대비해 안전 관리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주최가 명확하지 않지만 시간당 1000명 이상 인파가 몰릴 경우 지자체가 경찰에 인력 배치 요청을 할 수도 있고 경찰이 지자체에 인력 요청을 할 순 있다"며 "이번 사태로 대전도 긴장하고 있고 앞으로 있을 월드컵과 크리스마스 때를 대비해 이전보다 안전 관리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지자체의 역할과 함께 안전관리 매뉴얼 적용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재난안전기본법과 나아가 헌법에도 국가가 재난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진행 요원 배치나 동선 관리·밀집도 관리가 안 됐던 게 사실"이라며 "현행 매뉴얼에 자발적으로 하는 시민들의 행사도 포함돼야 한다. 10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 지자체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동선관리나 밀집도 관리 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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