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네가 왜 거기있어" 빈소마다 통곡의 바다… 합동분향소 추모의 발길도

"부모 먼저 두고 가는 자식이 어디있어" 유가족들 오열하며 울부짖어
입관식 마친 가족들 망연자실… 친구들 영정사진 보며 "그때 말릴걸¨"
대전·충남 사망 8명 1명 중상… 대전 시청 1층 로비 합동분향소 설치

31일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대전 시민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 김지윤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부모 먼저 두고 가버리는 자식이 어디 있어…."

31일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빈소에는 유가족들의 애끊는 통곡이 퍼져 나왔다. 이곳 장례식장에는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대전 시민 20대 여성 1명과 30대 남성 1명의 빈소가 나란히 마련됐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가족들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 채 오열하며 울부짖었다.

희생자 A(31) 씨의 어머니는 입관식을 앞두고 실신한 듯 가족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A 씨의 유족은 "어떡해, 어떡해"라고 흐느끼며 "나는 이대로 못 보낸다. 네가 왜 여기에 있냐. 누가 말 좀 해달라"고 소리쳤고 장례식장 안은 슬픔에 동요한 듯 고요함이 흘렀다.

또 다른 희생자인 B(20) 씨의 빈소를 찾은 친구들은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란 듯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며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허망하게 가버린 친구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이들은 "가장 예쁜 사진이라고 좋아했는데, 이 사진이 왜 여기에 있니…"라며 겨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하 1층에서 B 씨의 입관식을 마치고 나온 유족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다른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B 씨의 친구인 김 모(20) 씨는 "이태원을 놀러 간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미리 알았다면 그때 말릴 걸 그랬다"라며 "이제 막 성인이 됐는데 이렇게 먼저 가버리다니 아프진 않았는지 힘들진 않았는지 미안할 뿐이다"고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같은 시각 대전 둔산동의 장례식장에도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대전 시민 20대 여성의 빈소가 마련됐다. 장례식장을 찾은 지인들은 망연자실한 채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통곡의 바다에 잠겨 있었다.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에 대한 조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1일 대전 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 김지윤 기자)

대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대전 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방문했다.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 이 모(50) 씨는 "참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젊은이들이 허망하게 갔으니 부모들의 마음은 누가 달랠 수 있을지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일찍 생을 마감한 청춘들이 하늘에 가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10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인해 대전시민 20대 여성 3명과 30대 남성 한 명이 숨졌다. 충남에서도 20대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생을 마감했다.

대전 사망자 가운데 2명은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을지대병원 장례식장과 전북 전주 대송장례식장에 각각 1명씩 안치됐다. 20대 중상자는 현재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