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4시 30분 길고양이 학대 신고가 접수된 대전 유성구의 한 빌라. 해당 빌라 옆쪽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에는 닦이지 않은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사진= 김지윤 기자) |
24일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4시 30분께 빌라 옆에 한 주민이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에 누군가 살충제를 뿌리고 고양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고여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4월부터 급식소를 찾아온 길고양이들에 대한 학대가 지속 발생했다. 동네 길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이곳은 이 빌라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캣맘'(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이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2마리는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1마리의 고양이가 숨졌다.
인근 주민 김 모 씨(40)는 "해당 빌라에서 길고양이로 밥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현재 해당 빌라에 있던 급식대에 고양이가 잘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협받을까 무서워서 안 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찰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일부 주민들은 길고양이가 차량을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뒤지는 등 불편을 호소하며 급식 장소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뜻을 수용해 길고양이 급식 장소를 빌라 구석 한쪽에 옮긴 이후에도 길고양이 학대는 끊이지 않았다는 게 신고자의 입장이다. 사료를 먹는 새끼 고양이를 잡아 살충제를 뿌리거나 흉기로 때리는 등의 행위가 계속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신고자는 이 사실을 경찰과 지자체에 수차례 알렸고 이후 해당 빌라 인근에 '길고양이 학대 금지'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수막이 게시된 이후부터 캣맘과 주민들 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결국 일부 주민이 캣맘을 향해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신고자는 "현재 8마리의 고양이가 죽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나 일부 주민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라며 "한 주민이 '내가 밥 주지 말라는데 왜 주냐'라며 폭언을 하고 강압적으로 집에 들어오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팔목이 현관문에 껴 여러 바늘 꿰매야 했다"고 호소했다. 해당 주민은 "그런 적 없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지역 길고양이보호협회 관계자는 "고양이들의 밥 주는 일을 갑자기 중단하게 되면 고양이들이 울거나 쓰레기를 훼손할 수 있다"라며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사료를 주는 일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주는 등의 조치가 더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사 시작 단계여서 아직 범인을 특정하기엔 어렵다"라며 "차차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