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일회용 쓰레기 넘쳐나는 축제, 이제는 달라져야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일회용 쓰레기 넘쳐나는 축제, 이제는 달라져야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승인 2022-10-16 09:31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은영 사무처장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10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대전 0시 뮤직페스티벌에 50만명의 인파가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았다. 축제기간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일원에서는 '열린 먹거리존'이 운영되었다. 마련된 먹거리 부스에는 종이컵과 용기, 플라스틱 컵과 용기, 나무 젓가락, 플라스틱 빨대, 종이 슬리브 등 다양한 일회용품이 올라 있었다. 주변에 분리배출에 대한 안내나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밤 늦게까지 머물던 손님들이 떠난 테이블 위에 널부러진 일회용품은 분리수거는 커녕 구분없이 쓰레기봉투에 담겨져 있었다. 현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먹거리 부스는 없었고, 개인용기를 소지하여 구매하는 방문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전시가 2021년 4월 지정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의 제6조(1회용품 사용제한) 1항에서는 '공공기관의 장은 공공기관이 주최·주관하는 행사 또는 회의에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조례에 정한 바에 따라 대전시는 행사를 기획과 진행,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해야 했지만 그런 노력에 있어서는 '0점'이었고 스스로 정한 조례도 지키지 못했다.

만약 대전시에서 다회용컵과 용기를 먹거리 부스에 배치하고 이를 수거, 세척하는 별도의 팀과 시설을 마련해 컵과 용기를 '재사용 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민간에서는 '선화보틀 프로젝트'로 이런 시스템을 시범운영 하고 있다. '선화보틀 프로젝트'는 대전 선화동 소재 카페, 일명 선리단길(구 충남도청 뒤쪽 카페거리)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다회용 공용컵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이다.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9개 카페와 11곳의 기관들이 지난 6월부터 'Reuse Daejeon' 협약을 맺고 참여하고 있다.

선화보틀 프로젝트는 단순 캠페인을 넘어 '지역의 컵 재사용 시스템'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하게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는 홍보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민들이 경험토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 지역의 자활지원센터와 머리를 맞대고 수거, 세척 후 다시 카페로 배송할 방법을 만들어 실행했다. 지역카페와 함께 하기에 위생도 철저히 했다. 실행 초기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 달간 카페들에 공용컵을 제공하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점심시간 선리단길에는 공용컵으로 테이크아웃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눈에 띄었고 인근 기관에서 공용컵에 커피배달을 했다는 카페사장님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시민들의 반응을 경험하며 참여카페들은 오히려 공용컵 이용을 적극 권하기도 했다. 그들은 시민들이 느끼는 기후문제를 공감하며,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에 커피를 담아내던 불편한 마음을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풀어가고 있었다. 공공컵 활용으로 지역의 세척, 수거 관련 일자리를 창출 가능성을 보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소상공 카페들의 취약점을 지역에서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경험도 쌓였다.

일회용품을 많이 배출하는 형태의 축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전 빵축제, 칼국수축제부터 다양한 마을 축제까지 기획할 때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도록 설계하고 이를 위해 대전시가 대전시만의 다회용컵(용기)를 구비하거나 수거와 세척을 위한 시설, 인력지원으로 지역에 재사용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지난 7월 대전시의회를 통과한 <대전광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 제27조(녹색생활 운동 지원 및 교육·홍보) 1항의 '시장은 시민의 일생생활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녹색생활을 지원하는 시책을 마련'하라는 조례를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시민들은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축제를 환영하지 않는다. 개인의 실천에 미룰 것이 아니라 대전시부터 일회용품 저감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산세계인삼축제 세계무예인들 힘 보탠다
  2. [인터뷰] 박수용 인플루언서, 동기부여 강사
  3. '국민을 행복하게,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든든한 건강보험과 함께 마을을 재미있게'
  4. [현장 취재]Joy & 비티오 합동 북 콘서트
  5.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첫 야간 개방...'달빛 야경 투어' 가볼까
  1. 공주시 백제문화제, '웅진성 퍼레이드' 역시 명불허전(?)
  2. [결혼]이찬민 군 정지윤 양
  3. 제1회 한국콘홀 대전협회장배 어린이 콘홀대회 성황리에 마쳐
  4. '제30회 아산시민의 날' 개최
  5. 아산경찰서. "마약범죄 예방에 앞장서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2024 국정감사 7일부터 돌입… 지역 현안 관철 시험대

2024 국정감사 7일부터 돌입… 지역 현안 관철 시험대

22대 국회가 7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하면서 산적한 지역 현안들을 점검하고 관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국감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로, 11월 1일까지 26일간 진행된다. 다양한 민생 현안이 다뤄질 예정이지만, 최근 여야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과의 관계도 극한 대치로 치달으면서 '정쟁 국감'으로 흐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김건희 여사 의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여야는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때문에 다양한 지역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

대전시 신교통수단 도입에 이목 집중
대전시 신교통수단 도입에 이목 집중

현실적·재정적 여건으로 지방 도시들이 대중교통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가 신교통수단 도입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도시철도 2호선 수소트램 사업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신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4월 발표한 도시철도 3·4·5호선 구축계획에 따라 유성온천네거리에서 가수원네거리를 잇는 6.2㎞ 구간에 무궤도 굴절차량(TRT, Trackless Rapid Transit)을 2025년 말까지 개통할 계획이다. 무궤도 굴절차량은 전통적인 트램과 달..

"곧 김장철인데"... 배추 가격 고공행진에 주부들 한숨
"곧 김장철인데"... 배추 가격 고공행진에 주부들 한숨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들썩이면서 대전 주부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한때 포기당 1만 3000원을 넘어섰던 배추는 8000원대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2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4일 기준 대전 배추 소매가는 한 포기당 8660원으로, 한 달 전(6593원)보다 31.3%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배추 소매가는 9월 중순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19일 1만 335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점차 하락하며 8000원대까지 내려왔다. 일부 지역 전통시장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퀴즈 풀며 안전을 배워요’…SAFE 대전 어린이 안전골든벨 성료 ‘퀴즈 풀며 안전을 배워요’…SAFE 대전 어린이 안전골든벨 성료

  • 꿈씨 패밀리와 함께하는 가을꽃 여행 꿈씨 패밀리와 함께하는 가을꽃 여행

  •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