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
지난 2월 출범한 '존경받는나라만들기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는 주요 사업으로 '지방대학의 외국학생 부모에게 취업비자를 주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방안의 골자는 ①지방대학에 입학할 의사가 있는 외국 학생은 지방대학의 한국어과정에 들어와서 1년간 공부한 후에 그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해 줄 것 ②지방대학에 입학한 외국 학생의 부모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해 주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 대학이 처한 최대 어려움은 지난해 입학정원이 47만2496명인데도 대학입학 학령인구는 43만2453명이 됨으로써 처음으로 4만여 명의 학생이 부족하게 된 학생 부족 현상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2년 후에는 약 8만 명의 미달이 예상되며 2040년에는 무려 20만여 명이 모자랄 것이라고 한다. 인구감소로 인한 이 같은 추세에 수도권 집중화 현상까지 가중되면 지방대학의 잇단 폐교와 이로 인한 지방도시의 황폐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국민운동본부가 제시한 정책이 실현되면 외국 학생 부모 중 하나가 번 돈은 학비로, 나머지 수익은 저축하거나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방안은 외국 학생의 한국 지방대학 유학을 활성화함으로써 지방대학을 되살리는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은 2019년에 18만 명을 넘어섰으나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급감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조금씩 늘고 있다.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부가 외국 유학생은 정원외로 선발토록 허용하고 있지만 외국 유학생 대부분은 수도권 대학이 집중되고 있어 지방대학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외국인 학생이 많은 대학은 경희대,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동국대, 국민대, 서강대 순으로 모두 수도권 대학이다.
그러나 국민운동본부가 요구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지방대학의 외국인 학생 유치와 유학생 불법체류율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외국인 학생이 지방대학으로 오는 주요 이유는 지방이 학비를 벌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유리하고, 최악의 경우 학업을 중도 포기한 채 불법체류 상태로 취업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방안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채택하고, 선거 후 국가균형발전위에서도 의제로 채택하면서 급진전 되는 듯했으나 노동부가 노동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해 현재는 표류 중이다.
국민운동본부 지방대학살리기위원회(위원장 김병묵 신성대총장)는 "이 방안은 지방대학과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어촌과 지방기업을 동시에 되살릴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라며 "동남아 등의 우수학생들이 학위까지 취득할 경우 이들에게 소정의 심사를 통해 영주권을 주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인구절벽 현상과 해외 우수두뇌 유치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운동본부 서경석 본부장은 "과거 미국이 개발도상국 유학생을 유치해 3D업종의 노동력 부족과 우수두뇌 유치를 동시에 해결했던 방식을 이제 우리 한국이 채택해 보자는 것"으로 "이는 국가균형발전과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운동본부의 이 방안은 궁극적으로는 외국인에게 이민 문호를 대폭 개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전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긴 하지만 인구감소 문제 해결과 지방대학 살리기, 지방 농어촌 일손 부족 해결과 지역균형발전 가속화 등 1석3조 이상의 성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은 서둘러 공론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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