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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청 2층에 걸려 있는 훈민정음 액자. 세종시가 출범한 지 10년이 됐으나 '한글사랑도시'라는 구호는 아직 크게 들리지 않고 있다. |
'한글사랑도시', 세종. '576돌 한글날'을 앞두고 중도일보는 4~5일 이틀간 세종시청 주변과 정부세종청사 일원을 둘러봤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쓰는 표어나 부서 명칭에 영어가 들어간 것이 눈에 거슬렸다. 먼저 세종시청 내 부서 중 제일 흔한 것이 '센터'와 '팀'이다. 팀은 사무관이 팀장을 맡는다. 예전에는 계장이라 불리던 명칭이다. 우리말이 된 듯한 자연스러움이 더 놀라웠다. 옛 동(면)사무소로 불리던 '행정복지센터'와 '복합커뮤니티(복컴)' 또한 한글과 영어가 결합한 형태다. 시민들의 발이라는 '바로타'보다 BRT가 더 익숙하다. 노선 이름도 기존 1001, 999번 등에서 BO~B5까지 6개로 명명됐다. B의 뜻은 '바로타'의 영문 머리글자다. 세종시는 최근 '문화수도팀'을 신설하면서 미래전략본부의 스마트도시과를 '지능형도시과'로 과감히 변경했다. '복컴'도 변경을 모색하다 시민 혼선 등의 이유로 변경을 미뤘다. 문화수도팀 역시 '팀'이라는 영어를 붙였다. 세종시는 지난 2012년 한글도시를 표방하는 조례를 만든 이후 꾸준히 한글 사랑 정신을 고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최민호 세종시장 취임 이후 문화수도팀을 신설하고 '세종특별자치시 시민과 세종특별자치시 및 그 산하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올바른 한글사용을 촉진함으로써 한글사랑도시를 조성하고 한글을 진흥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세종시 한글사랑 지원 조례'를 지난 7월 만들었다.
한글사랑 지원 조례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영문 표기는 한글 진흥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8년 전 한글도시 조례를 만든 후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한글 진흥 정책이 구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는 뒤늦게 한솔동을 '한글사랑 거리'로 만들기 위한 행정 노력을 쏟고 있다. 분위기 확산 차원에서다.
'세종시=한글사랑도시' 라는 상징성을 뒷받침할 구조물 설치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예를 들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상과 한글관련 단체를 세종시로 유치하자는 제안이 있다. 오는 9일 열리는 576돌 한글날 행사도 애초에는 세종시에서 개최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서울지역에 있는 한글 관련 단체들이 적극적이지 않아서 서울서 진행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는 "신생도시인 세종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역사성이 옅다"며 "이를 극복할 시민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해 세종만의 특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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