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 핵심이다.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세액공제(총 500만 원-10만 원 100%·490만원 16.5%)와 답례품(기부금액 30% 범위 내)이라는 혜택을 기부자에게 제공한다. 가령 10만 원을 기부하면 100% 세액공제를 받고 3만 원 범위 내에서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다. 넓게 보자면 10만 원 기부자는 총 13만 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지자체 대부분은 국민들에게 생소한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리거나 기부자에게 혜택으로 주어질 답례품을 어떻게 선정할지 고심 중에 있다. 출향민이 고향에 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제도 허용 범위 안에서 출향민에게 어떻게 홍보할지도 고민 중 하나다. 이처럼 세액공제, 답례품, 출향민 등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해당 제도의 핵심이 기부라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금은 14조 원을 훌쩍 넘는다. 100% 세액공제가 되지 않아도, 답례품이 없어도, 자선과 공익을 고려하여 대가 없이 기부하는 셈이다. 기부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기부하는 동시에, 그것이 의미 있는 행위로 귀결되길 바란다. 기부금을 통해 도움받은 사람과 지역의 변화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과 동시에 사용처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7월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을 어디에 내겠는가라는 질문에 '자연재해 등 도움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53% 국민이 답했다. '지자체명만 보고 기부', '출향민이기 때문에 고향에 기부', '답례품이 좋아서 기부'라는 이유만으로 기부할 것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2008년부터 시행된 일본 고향세 추세를 보면, 기부자가 사용처를 지정하는 고향세 지정기부모금(긴급구호, 유기견 보호, 사회취약계층 지원 등)을 할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한 지자체들이 많다. 사가현, 돗토리현과 같은 광역지자체뿐 아니라 수백 개의 기초지자체가 지정기부모금을 통해 고향세 제도를 운영한다.
1600개 이상 지자체가 가입하고 580만 명 이상이 월 방문하는 고향세 민간 모금 플랫폼 '후루사토쵸이스'는 크라우드펀딩(Goverment Crowd Funding) 방식으로 모금을 진행하며, 지자체가 고향세 지정기부단체를 선정하면 그들이 직접 모금·집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히로시만현 진세키고겐쵸에서 지정기부단체로 지정한 비영리법인 '피스윈즈재팬'은 유기견보호 사업을 하고 있다. 기부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과 투명한 집행 등을 통해 연간 100억 원 이상씩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있으며, 100개 이상의 지역일자리를 창출하며 해당 지역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가 있다. 강원도 양구군은 지정기부 등의 내용이 상세히 담긴 고향사랑기부제 조례를 입법 추진 중에 있다. 오랜 시간 일본 사례를 연구한 결과, 기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제도 운영에 승부를 건 셈이다.
프랑스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은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이라는 책 서문에서 "대부분의 기부 행위에는 순수한 의도와 조금 덜 순수한 이유들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조금 덜 순수한 이유들에 주목한 나머지, 기부에 순수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석 달 후 시행될 고향사랑기부제에 부쳐 묻고 싶다.
나는 지자체에 기부한다면, 내 기부금이 어디에 쓰일지 그리고 상세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 역시 기부에 중요한 유인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