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철도 대합실에 설치된 제연 경계벽.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에는 의무설치 대상이나 규모에 관계 없이 지하주차장에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 주차장에 8명의 사상자가 모두 화재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확인되면서 유독가스 확산을 늦추거나 저지할 최소한의 시설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2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대아울렛 화재로 사망한 7명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모두 일산화탄소에 의해 질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화가 시작된 직후 순식간의 다량의 유독가스가 지하 전체에 퍼져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지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화재로 인한 화상보다 유독성 가스에 의한 질식이 인명피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으나, 연기 피해 방지에는 시설투자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천장에 50㎝ 내외의 간이 벽을 부착해 화재 연기를 가두는 제연 경계벽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특정 지점에서 화재로 인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천장을 타고 확산할 때 작은 댐 역할을 수행해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는 간단한 시설물로써 지하철 역사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또 화재를 감지해 연기 이동과 확산을 제한해 피난 경로를 만들어 주는 제연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 소방법상 지하 주차장은 연기 확산을 늦추거나 방해하는 설비에 대해 설치를 의무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은 대전보건대 교수는 "화재 연기는 뜨거운 온도로 인해 상승하고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천정에 제연 경계벽 만 있어도 속도를 늦춰줄 수 있다"라며 "특히, 지하의 경우 밀폐성이 높아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해 불이 날 경우 연기가 건물 전체로 더욱 빠르게 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하주차장의 규모와 이용 형태에 관계없이 일정한 규모의 소방시설을 규정한 소방·건축법령상 이번 지하주차장 참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상황.
전문가들은 더는 화재로 인한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하주차장을 소방 시설 대상에서 면제하고 있는 현행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홍정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사는 "제연 설비 등 이번 희생자들이 빠르게 대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설비가 있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 이후 급급하게 사건을 무마하는 게 아닌 제대로 법의 문제점과 필요성을 다시 지적해 이러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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