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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대전점 지하2층 주차장 검품장에 상당수의 박스가 놓여 있는 모습. /임효인 기자 |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당시 지하주차장 내 쌓아둔 물건이 불을 키운 가운데 지역 내 다른 유통시설인 백화점 역시 화재 발생 시 유사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건을 받는 하역장과 검품장을 비롯해 폐기물 처리·보관 장소까지 지하에 위치해 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다.
27일 오전 서구 괴정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대전점 지하2층 주차장. 식품검품장과 검품장에는 물류센터에서 도착한 물건과 택배로 보내질 물건 등이 높게 쌓여있었다. 대부분이 종이 박스였고 간혹 비닐과 스티로폼도 보였다. 일부 장소엔 사용하지 않은 박스만 쌓여있기도 했다. 같은 층 구석엔 백화점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간이 있었다. 재활용 가능한 박스류를 모아두고 외부로 반출하는 듯했다. 역시 화재에 취약한 종이가 한 공간에 대량 모인 모습이었으며 한쪽엔 스티로폼도 보였다. 담뱃불로 인한 화재 예방을 위해 금연 표지판이 곳곳에 붙어 있고 소화기도 여러 곳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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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품장 안쪽에 쌓여 있는 새 박스들. |
지역 내 다른 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타임월드 지하4층 주차장엔 물류전용 주차공가 앞으로 포장된 상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안쪽으로도 대개 종이 박스에 담긴 물건들이 선반과 바닥에 놓인 모습이었다. 한 층 더 내려간 지하 5층엔 기계 주차칸 맞은편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간이 있었다. 비닐과 종이 등을 분리수거하는 공간으로 기계를 이용해 쓰레기를 처리하고 선풍기와 냉장고 등 전자제품도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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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타임월드 지하4층 주차장에 있는 물류전용 주차공간 모습. /임효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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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월드 지하 5층 주차장 한쪽에 조성된 폐기물 처리장 모습. |
비교적 최근 생긴 유성구 봉명동에 위치한 NC대전유성점도 마찬가지였다. 지하2층 주차장 한쪽으로 설치한 가림막 뒤로 새 물건들이 분류돼 놓여 있었다. 옷과 휴지 등 생필품과 라면·간장 등 다양한 물건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더 아래로 내려가자 이곳 역시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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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백화점 지하2층 주차장 한쪽에 가림막 뒤에 놓인 물건들. |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가 불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물건이 지역 백화점 곳곳에서 이어지는 상황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소방시설법)에 따라 연간 한 번씩 종합정밀점검과 작동기능점검을 실시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특별점검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조치는 지적 대상에서 빠져 있다. 종합정밀점검과 작동기능점검은 업체가 시설관리사에 의뢰해 시설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관할 소방서장에게 한 달 이내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지하주차장 내 물건 적치 자체가 위반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화를 키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전 현대아울렛 역시 6월 점검 후 관련 조치를 마쳤지만 화재 자체는 막지 못했다.
대전소방 관계자는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생기면 조치하라고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물건을 쌓아 놓는 부분에 대해선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계속 보관하는 개념으로 쌓아 두는 게 아니라면 규제하기 쉽지 않지만 점검할 때 확인되는 상황이 생기면 처리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행정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물건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다. 쌓아두지 말아야 할 곳에는 물건을 놓지 않도록 자체 점검하고 있고 스프링클러나 소방시설을 충분히 설치해 화재를 방지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 이후 좀 더 강화해 중점적으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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