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유성선병원에 마련된 사망자 A(34) 씨 빈소. 이날 빈소에는 A 씨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가족들의 슬픔과 적막만이 가득했다. (사진=김지윤 기자) |
27일 오전 대전 장례식장 곳곳에 마련된 현대아울렛 화재참사 희생자들의 빈소에는 무거운 침묵과 슬픔이 자리했다.
유성선병원에 마련된 A(34)씨의 빈소에는 희생자의 고인의 죽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듯 통곡의 소리조차 멈춰 있었다.
A씨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곁을 떠난 아들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는 듯 허공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쉬지 못하고 일을 하며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라며 "얼마 전까지 아들이 몸이 힘들어 새벽일을 줄이고 싶다고 했는데 하루라도 빨리 일을 그만뒀더라면 이렇게 보내지 않았을 텐데 너무 후회된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오늘 아들의 부검이 있었다. 병원에서 아들을 봤을 때 어깨를 웅크린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라며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게 추석 때 잠깐이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자주 전화하고 연락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전 성모병원에 마련된 희생자 B (56) 씨의 빈소에는 화환이 길게 늘어져 있을 뿐 그 누구도 쉽게 눈물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진=김지윤 기자) |
빈소를 지키던 B씨의 조카는 "새벽에 연락을 받고 급하게 대전에 내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라며 "힘들게 일을 하다가 떠나셨는데 가족들은 후회만 할 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조문객들도 갑작스러운 동료의 죽음에 놀란 듯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B 씨의 영정사진을 마주했다. 빈소에는 B 씨를 추모하는 노랫소리만 가득할 뿐 그 누구도 쉽게 눈물을 터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전현대아울렛 화재로 숨진 희생자들의 빈소는 대전선병원 장례식과 충남대병원, 대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각각 마련됐으며 28일 개별적으로 발인할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장례식을 진행하는 희생자는 지하 1층 화물 승강기에서 발견된 C(71) 씨 등 총 3명이다. 현재 7명의 사망자 중 4명의 유족은 정확한 화재 원인 결과 분석에 따라 장례를 치를 전망이다.
현재 사고 희생자 유족 일부는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공동대응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A씨의 작은 아버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극 나서 원인을 조사해 달라"라며 "유가족 모임이나 합동 분향소 등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 1층 화물승강기에서 발견된 D(64) 씨의 유족도 모임을 원한다며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이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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