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전경. |
유아 교육비 지원조례를 둘러싼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같은 조례를 놓고 의회 내부에서도 결정이 엇갈려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 속에 시민 대의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유아 교육비 지원조례는 지역사회를 달구는 중이다. 조례는 대전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유아의 부모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에서 찬반 입장은 명확히 나뉜다. 유아 무상교육 실현과 활성화 차원에서 필요하단 주장과 사립유치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판단은 시의회 내부에서도 갈렸다. 같은 내용의 조례가 지원 주체에 따라 복지환경위원회(대전시)와 교육위원회(대전교육청)에 각각 상정됐는데, 해당 조례를 놓고 복지환경위원회는 가결, 교육위원회는 부결했다. 교육위원회는 정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논의 과정에 맞춰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반면 복지환경위원회는 학부모에게 빠른 지원을 위해 조례 통과가 시급하다고 봤다.
이렇다 보니 시의회는 양측의 강한 반발을 맞고 있다. 찬성 측은 교육위원회를, 반대 측은 복지환경위원회의 결정을 강하게 성토하며 책임론까지 꺼내 들었다. 양측은 26일 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시간 열린 집회에서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시의회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했다.
26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각각 열린 유아 교육비 지원조례 찬반 집회 모습. |
의회 안팎에선 시의회가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의기관으로서 양측의 첨예한 입장을 중재·조율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의회가 있고, 책임 또한 막중하단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실제 양측 모두 의회 차원의 공청회나 정책간담회가 없었던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의회에 위기이면서 기회로도 꼽힌다. 중재를 통해 양측의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고 유아 교육비 지원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의회의 위상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각종 논란과 비판을 씻어내고 의회 존재 이유를 증명할 기회인 셈이다.
공은 의회에 돌아갔지만, 역시나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다. 부담은 커도 의회 역할에 충실해 주도적으로 나서보자는 주장과 입장 차가 큰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부딪치는 상황이다.
모 시의원은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었음에도 의회 차원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 해결보단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회 차원의 움직임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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