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이슈현장] 도시화에 밀려난 야생동물 구조·치료 정책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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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이슈현장] 도시화에 밀려난 야생동물 구조·치료 정책 '어디로'

대전구조관리센터 야간·공휴일 진료 재위탁
정부·자체 예산 동결·삭감으로 인력확보 어려워
일부 지자체 공휴일 진료 동물병원 계약도 안해

  • 승인 2022-09-15 16:59
  • 수정 2022-09-15 17:22
  • 신문게재 2022-09-16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충남 고라니
고라니 한 마리가 도로가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1. 2022년 2월 27일 오전 11시께 대전 중구 사정동의 한 주택가에서 야생 너구리가 발견돼 주민들이 구조를 신고했다. 털이 빠져 맨살을 드러낸 너구리는 힘 없이 웅크렸고 구조사에 의한 포획에도 멀리 도망치지 못할 정도였다. 구조된 때는 마침 공휴일로 곧장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입소할 수 없어 민간 위탁동물병원에 하루 동안 계류되는 동안 폐사하고 말았다.

#2. 올무에 걸려 상처를 입은 족제비며, 건물에 부딪혀 날개가 부러진 솔부엉이까지 연간 9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대전 구조센터에 수의사는 2명뿐이다. 재활을 돕는 이는 3명, 행정적 지원하는 직원 1명까지 모두 6명이 대전에서 발생하는 야생동물 진료와 재활을 맡고 있다. 결국 주말과 공휴일에 구조된 야생동물의 진료를 지난해부터 지정 민간 동물병원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직원들 업무 부담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조난당한 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재활을 거쳐 자연으로 복귀시키는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 부족으로 인력과 예산난을 겪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 공휴일 구조인력을 가동하지 못하거나 매주 추가근무의 어려움을 감당하는 실정이며, 인수공동 전염병의 조기발견 및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교육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휴일엔 진료인력 없어



대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평일 야간과 주말 등 공휴일에 근무자를 둘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평일 야간과 주말 및 공휴일에 구조된 야생동물을 대신 맡아 진료할 민간 위탁 동물병원을 지정해 취약시간 때 업무를 분담했다. 가을철 활동성이 높아진 때문인지 이달에만 대전에서 솔부엉이 2마리, 뻐꾸기 1마리, 너구리 4마리 등 총 41마리가 구조돼 센터에서 돌봄을 받았고, 올해 총 751마리가 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치료와 재활을 받았다. 하지만 환경부와 대전시가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면서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평일 야간과 공휴일에는 근무할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근무자가 없는 때에는 구조신고가 이뤄지지 않거나, 각 구청 당직실을 통해 구조된 야생동물들은 대덕구에 위치한 민간 동물병원에 임시 계류된 후 다음 날 오전 9시 구조관리센터에 입소되는 실정이다. 해당 민간 동물병원은 개인 수의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주택가에 위치한데다 구조된 동물의 종이 다양해 임시 계류와 기초적인 진료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충남도와 충북도가 위탁 운영 중인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 역시 평일 야간에는 근무 인력이 없고, 주말과 공휴일에 직원들이 부족한 인력 상황에서 순번을 정해 추가나 대체근무 형태로 야생동물을 돌보는 실정이다.

구조동물 사진
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구조한 뻐꾸기와 너구리, 솔부엉이 모습.  (사진=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제공)
▲야생동물 예산은 동결 또는 삭감

대전과 충남, 충북에 각각 운영 중인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모두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대전시는 충남대 수의과대에 위탁해 2015년부터 대학부지 내에서 운영 중이고, 충남도는 공주대 산업과학대학에서 그리고 충북도는 충북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지역에서 구조된 야생동물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수년간 동결한 채 환경부와 지자체 어느 쪽도 선뜻 야생동물 구조와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지자체 예산서를 살펴보면 대전시가 2021년 환경부로부터 1억3000만원을 지원받고 시비 3억300만원을 추가 부담해 총예산 4억3300만원으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인건비와 진료·재활비를 지원 중이다. 대전은 수의사 2명에 재활 3명 그리고 행정지원 1명으로 매년 800~900마리씩 발생하는 야생동물의 치료와 재활에는 녹록치 않은 수준이다. 2015년 구조관리센터가 설치된 뒤 증액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는 본예산 기준 2019년 국비 2억400만원을 포함해 총 6억8100원을 지원하던 대서 지난해 6억600만원으로 오히려 예산을 삭감했다. 수의사 3명에 행정 2명, 재활 6명, 구조본부장 1명이 근무 중이다. 충북도는 2019년 수준보다 10% 증가해 2021년 5억원을 지원해 구조관리센터를 운영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공휴일까지 인력을 배치하려면 인력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위탁 민간동물병원에서 공휴일과 야간에 계류와 진료를 지원하고 있어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약시간대 민간 동물병원 계약도 공백

대전 자치구는 평일 야간과 공휴일에 구조된 야생동물을 임시로 돌보는 민간 동물병원과의 계약이 종료되었으나 이를 갱신하지 않은 채 공백상태로 방치 중이다. 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이들 취약시간에 진료를 대덕구에 위치한 민간 동물병원에 위탁함에 따라 지자체는 구조동물을 돌볼 수 있도록 해당 동물병원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유성구청을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에서는 야간과 공휴일 야생동물 진료 계약이 6월 말 종료됐음에도 올 연말까지 이를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해당 동물병원은 계약을 당장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야생동물이 발생하면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어 진료 공백문제는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야간과 공휴일 야생동물 구조와 치료하는 데에 겪는 어려움은 오랫동안 반복된 문제로 한때는 대전시수의사회 회원들이 나서 임시 계류와 치료를 분담하기도 했으나 애완동물과 현격한 차이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야간과 휴일 야생동물 민간 진료기관을 운영중인 한 수의사는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기생충 문제 등으로 야생동물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이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돕고 있다"라며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계약도 갱신하지 않는 지자체들도 있고 야간에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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