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51]안경까지 벗고 ‘제천 청풍승평계’ 관심 보인 박범훈 석좌교수, “엄청난 발굴”

[10년간의 취재기록-51]안경까지 벗고 ‘제천 청풍승평계’ 관심 보인 박범훈 석좌교수, “엄청난 발굴”

‘국악계의 거장’ 박 석좌교수, “(청풍승평계가)어떻게 편성됐고, 운영됐는지 직접 챙겨볼 것”
박 석좌교수, “제천의 음악적 환경, 이번 기회에 조사해야”…‘제천 국악단체 창단’ 강조

  • 승인 2022-09-14 01:37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KakaoTalk_20220914_001822533---2
박범훈(전 중앙대학교 총장)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가 제천 청풍승평계 가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도언 기자 k-55son@
그가 'A4 용지'에 적힌 수십 장의 글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그는 안경을 벗어 가면서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글을 보면서 짧은 감탄사도 연발했다. "이게 뭐야". 간혹,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글을 본 인물은 우리나라 국악계의 거장 박범훈(74·전 중앙대학교 총장)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다. 그는 한참 동안 글을 본 뒤, "엄청난 발굴이고, 쇼크를 받았다"고 한마디로 평가했다. 그가 본 글은 우리나라 최초 국악단체로 알려진 '제천 청풍승평계' 관련 내용이다.

본보는 지난 6일 서울 봉은사 경내의 불교음악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의 탄생과 현실, 그리고 제천 청풍승평계의 발굴 가치 등을 설명했다. 그와의 만남은 3개월만에 이뤄졌다.

22-2
박범훈(전 중앙대학교 총장)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가 안경까지 벗어가면서 제천 청풍승평계 관련 기사를 본 뒤, "엄청난 발굴"이라고 평가했다. =손도언 기자 k-55son@
그를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

'박범훈'. 그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낸 우리나라 국악계의 거장이자, '국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최초로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국악유치원과 국악중학교 설립 당시, 중앙대학교 국악대 등을 설립했을 당시, 그는 가장 중심에 섰다. 특히 그는 국악관현악단인 중앙국악관현악단을 창단시켰는데, 이 또한 민간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이다.

그의 이력도 화려하다. 중앙대학교 총장, 청와대 전 교육문화 수석, 서울 88올림픽 개막식 작곡자,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음악 총감독을 맡는 등 우리나라 당대 최고의 현역 음악가다. 그는 팔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도 곡을 쓰고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50대 때는 우리나라 음악계를 움직이는 인물 중에서 1위에 오를 만큼 국악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가 제천 청풍승평계 관련 내용을 처음으로 접한 순간 '쇼크'라고 표현했다면 인터뷰 마지막엔 '복원'을 강조했다. 제천 청풍승평계의 복원 사업을 강조한 것이다.

4Q2A0278---111
박범훈(전 중앙대학교 총장)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가 "제천 청풍승평계는 소중하고 굉장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손도언 기자 k-55son@
국악계의 최초의 사나이인 그가 우리나라 최초로 알려진 제천 청풍승평계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는 "오늘(지난 6일) 처음으로 (제천 청풍승평계 관련) 기사를 접했다. 소중하고 굉장한 자료를 발굴했고, (본보가)국악계에서 너무 소중한 자료를 찾아줬다"고 말했다.

박 석좌교수는 "당시(청풍승평계 1893년 창단)의 음악적 가치, 그리고 (청풍승평계의)악기 편성과 연주자 등을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며 "연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국악관현악'으로 불릴 최초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풍승평계가 창단할 무렵,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시점이었다. 그래서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뿌리를 내렸는데, (청풍승평계가)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았거나 서로 상생하면서 오케스트라 형태를 갖춘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20906_215534034_01---7
박범훈(전 중앙대학교 총장)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와 어렵게 인터뷰했다. 박 석좌교수는 "제천지역의 음악적 가치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도언 기자 k-55son@
그는 "청풍승평계는 아직 연구할 가치가 큰 것으로 보여진다"며 "판소리는 계보가 어느정도 정립됐지만, 관현악의 경우는 반대 상황이다. 따라서 청풍승평계 연주자들의 제자 등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천에서 관현악단 형태의 국악단체가 어떻게 형성됐고 창단됐는지, 또 청풍승평계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됐고, 실행으로 옮겼는지, 그 배경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본보가 청풍승평계를 발굴하고 깊게 파고들었던 것에 대해 국악인의 한사람으로 고마움을 느낀다"며 "이제는 언론이 아닌, 여러 학계가 나서서 더 많은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자료 등을 더 수집해서 (청풍승평계가) 어떻게 편성되고 운영됐는지 등을 학문적으로 더 살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음악적 환경 등 제천시의 음악적 가치를 이번 기회에 조사해봐야 한다. 청풍승평계가 제천시에서 존재한 것으로 명확하게 보여진다. 이제는 제천지역에 국악관현악단 창단도 고려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2.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3.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4.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1.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2.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3.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4.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5.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헤드라인 뉴스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 충청 U대회 성공은 국가균형발전과 충청 성장동력 모델”

2027년 충청권 4개 시·도가 개최하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하계U대회)를 국가균형발전과 충청권 미래 성장동력의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를 위해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특히 4개 시·도의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비롯해 산업과 관광 등 특성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국회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27 충청 U대회 성공..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공깃밥 1000원 공식 깨지나… 쌀값 15% 오르자 소상공인·소비자 울상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식당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소비자들은 밥상 필수품인 쌀값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식당 등도 이제껏 올리지 않았던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전 쌀 20kg 한 포대 소매가는 5만 9800원으로, 1년 전(5만 1604원)보다 15.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인 5만 3315원보다 12.16% 인상했다. 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지정… K바이오 핵심 거점으로

국토교통부가 충북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의 산업단지계획을 28일자로 승인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으로 면적 411만9584㎡다. 사업비는 2조3481억 원, 유치업종은 바이오 산업,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기간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다.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는 2018년 8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농업진흥지역 등 입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