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우수 인재 수도권 쏠림, 수년간의 등록금 동결은 지역대학이 당면한 대과제다. 이 문제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대학일수록 더욱 더 중요하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역 대학들은 저마다 정원 축소를 비롯해 학과 통폐합, 대학 간 통합 등 다양한 '생존 플랜'을 모색하고 있다. 여러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결국 핵심은 현실화다.
이에 중도일보는 위기의 지역 국립대학이 처한 현실 속 혁신의 한 방법으로 떠오른 대학 간 통합 문제에 대해 필요성, 국내외 통합 사례, 지역 실패 과정, 성공 방향 등을 기획시리즈를 통해 다룬다. <편집자 주>
[지역 국립대 통합 어떻게 볼 것인가]
2. 국내·외 통합사례
지역 국립대학의 통합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대처로 꼽힌다. 충청권을 제외한 지역거점국립대학은 15년 전부터 통합을 추진했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 통합 움직임까지 보이는 대학도 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를 제외한 각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은 2006년부터 인근 대학과 통합을 추진했다. 부산대, 전남대, 강원대가 2006년에 각각 밀양대, 여수대, 삼척대와 통합했다. 이후 2008년엔 경북대와 전북대가 각각 상주대와 익산대와 통합했으며, 같은 해에 제주대가 전국 최초로 제주교대와 통합을 추진했다. 경상대는 경남과기대와 2021년 통합을 한 바 있다. 충청권에 위치한 충남대와 충북대를 제외한 지역에 있는 거점국립대학들이 모두 통합을 진행한 셈이다.
부산대, 전남대 등은 다른 지역에 위치한 대학과 통합을 했기 때문에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캠퍼스를 뒀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부산대 밀양캠퍼스 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강원대, 전북대, 제주대 등의 경우 같은 광역자치단체 안에서 이원화 캠퍼스를 둔다. 동일 지역에서 국립대가 통합한 경우엔 분교가 아닌 캠퍼스를 이원화해 운영한다.
이미 한 번 통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대학도 있다.
2006년 밀양대와 한 차례 통합한 부산대는 4월 부산교대와 통합 방안 연구·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 대학은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공동추진위원회와 이를 추진하는 공동실무추진단을 구성·운영하기로 약속했다.
부산대의 두 번째 통합 시도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사회에서 교육혁신은 과제로 꼽히는 만큼, 통합을 통해 경쟁력 구축을 하고자 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20여 년 전 대학이 팽창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미래엔 학령인구 감소 등 위기로 인해 대학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공립대 공동입학 및 공동학위제 도입'이 지속 언급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21년 12월 '대학서열 해소 방안 마련 특별 포럼'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전국에 10개 서울대를 만들어 전국 대학 상향 평준화를 통해 대학 서열화를 없애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거점국립대학'을 묶어 공동학위제를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모든 온·오프라인 강의를 공유해 학점으로 인정하고, 교류를 활성화하며 장기적으로는 공동 선발까지 나서자는 구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이 비슷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체제는 10개의 연구중심대학(4년제, UC), 23개의 교육중심대학(4년제, CSU), 116개의 직업중심대학(2년제, CCC) 등 3중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4년제 10개 연구중심대학은 UC버클리, UC샌프란시스코, UC샌디에이코, UC산타바바라, UC어바인, UC데이비스, UC산타크루즈, UC리버사이드, UC머시드 등으로 이뤄졌다. 10개의 대학이 캘리포니아주 내에 다른 곳에서 교육을 받지만, 학위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으로 모두 받게 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체제는 모두 대학의 통합과 구조조정, 개혁 등이 이뤄져야 한다.
국립대학이 미래 위기 속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주된 골자는 '통합' 등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충청권 국립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대학 선호도가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고, 수도권에 가지 않은 학생들은 지방에서도 광역시를 그 다음으로 선호한다. 그 외 지역 대학들부터 위기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학령인구가 많았던 시절엔 대학이 팽창할 수 있었으나, 학령인구 감소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선 대학도 축소해야 할 수밖에 없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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