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 피의자 이승만의 과거 몽타주와 현재 사진. 임효인 기자 |
범행 사실에 대해 시인하며 경찰 수사에 협조하던 이정학과 달리 이승만은 그동안 자신의 범죄 사실을 부정했다. 그러나 공범인 이정학이 자백했다는 사실을 경찰이 계속 얘기하면서 이승만도 마음이 바뀐 것으로 경찰은 설명했다.
이성선 계장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미제사건전담팀장이 심층 조사하면서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며 "특히 이승만이 공범 이정학이 자백했는지 궁금해했는데, 처음엔 수사기법으로 둘을 이간질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정학이 자백한 사실이 밝혀진 다음에는 본인도 숨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만은 2001년 12월 은행 강도 살인사건에 앞선 10월 권총 탈취 사건 당시 자신이 운전해 경찰관을 차로 쳤다고 인정했다. 또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총을 쏜 것도 자신이며 또 다른 공범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계장은 "이승만은 동구의 한 대학교 인근 야산에 숨겼다가 이후 부숴서 버렸다고 진술했다"며 "망치로 부순 다음 조각조각 내서 버렸다고 하지만 더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일 도주 경로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사건 장소에서 인근 한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버리고 하얀색 차를 타고 갈마동의 한 건물 지하로 이동했다. 하얀색 차량은 전날 미리 장소에 주차해 둔 것으로 피의자들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이정학은 대전역을 통해 대구로 갔으며 이승만은 돈 가방과 총을 묻으러 동구의 한 산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피의자 진술이 대부분 일치하지만 일부 차이도 있다. 갈마동에서 각각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이정학은 택시를 타고 대전역에 갔다고 털어 놓은 반면 이승만은 돈 가방을 자신의 차에 싣고 동구의 한 야산에 돈 가방과 권총을 숨겨놓고 대전 집으로 갔다고 진술했다.
또 이정학은 범행 수익 3억 원을 각각 2억 1000만 원과 9000만 원으로 이승만이 더 많이 가져갔다고 진술한 반면 이승만은 1억 5000만 원씩 반씩 나눠 가졌다고 답했다. 이승만은 이 금액을 주식 투자 등에 쓴 것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범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어 보이지만 시간이 오래돼 기억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이정학과 이승만을 2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혐의는 강도살인이다.
이성선 계장은 "열악한 증거를 되살려서 수사한 것"이라며 "증거는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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