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2001년 대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2001년 대전 둔산동에서 은행원에게 권총을 쏜 강도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전을 관할하는 충남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이듬해 12월 말까지 1년간 가동했다. 충남청 수사본부는 목격자와 전과자 등 5321명의 사건 당일 행적을 조사하고 용의 선상에 오른 차량 9276대를 조사했으며, 범행 후 대전에 잠적했다는 전제에서 통신조회 18만2378건을 진행하며 다각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러고도 범인을 특정되지 않았는데, 피의자 이승만과 이정학 구속 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 후 대구 등 타지역으로 흩어져 서로 연락을 끊고 은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12월 대전경찰청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중요미제사건 수사팀을 신설해 살인 등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 사건을 전담하는 조직을 운영한 것도 중요한 계기다. 2004년 대성동 부녀자 살인사건을 흉기에 묻은 쪽지문으로 8년 만에 피의자를 특정해 검거했고, 2010년부터 전국 고급아파트만 109회나 턴 날다람쥐 절도범도 대전청 미제팀에 검거돼 수갑을 찼다. 이번 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에서도 미제수사팀이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유아용 손수건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 의뢰했고, 결정적 유전자(DNA)정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피의자들이 범행 당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착용한 마스크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수집됐으나 사건 초기 검사에서는 유전자(DNA)정보 추출하지 못했다. 2017년 10월 손수건에서 불특정 남성의 유전자(DNA)정보가 나오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해 그해 마스크를 재분석한 결과 손수건과 동일한 DNA가 검출됐다.
그만큼 극소량의 침과 혈액이 묻은 유류품에서도 유전자 증폭기술 발달로 과거에 기대할 수 없었던 유전자 검출을 이뤄냄으로써 진실규명에 한 발짝 다가섰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2015년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수사를 지금처럼 계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수사한 기록만 15만 쪽에 달하고 21년간 수사가 중단됐던 적이 없었는데 남은 미제사건도 이같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임효인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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