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씨는 2009년 4월 3억여 원의 사재를 털어 방임된 아동들의 쉼터인 아동시설을 설치해 준 사회 공로자로, 2018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제25조 3항, 제42조 제2항 1호, 시행령 제10조2호)위반으로 구리시로부터 고발당했다.
주위에 따르면 공로를 인정받아야 할 양씨가 오히려 구리시의 묻지마식 고발로 성치 않은 장애인의 몸을 이끌며 4년여 동안 무죄를 향해 법정다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각3급 중증장애인인 양씨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후 2012년 4월, 시설장(센터장)인 김 모씨에게 센터를 인계하고 강원도로 요양을 떠났다. 이때부터 실질적인 센터의 운영자는 시설장이었다.
이 센터가 보조금 횡령 등 문제가 불거지게 된 때는 2018년 중반부터다. 당시 이 센터엔 시설장 김씨, 생활복지사 2명 등 3명이 상근직이었는데 보조금과 관련해 서류위조 등 문제로 이들 간의 다툼이 일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었다.
이때까지 강원도에서 요양 중이던 양씨는 2~3달에 한번 센터를 방문해 운영위원 자격으로 참여했을 뿐, 센터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는 위치였다.
보조금 횡령 등 문제가 불거진 시기는 전 시설장 김씨가 사임하고 생활복지사 김씨(1)가 후임 시설장에 부임한 후인 2018년 12월 중순. 시는 보조금 유용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센터에 서류를 요청했고 이들은 "관계서류를 설립자 양씨가 가지고 있다"고 거짓 보고했다.
이에 따라 시는 2018년 12월 26일, 이들을 불러 놓고 드림스타트팀장 정 모씨, 주무관 나 모씨가 배석한 자리에서 아동센터의 보조금 부정사용, 서류 유실과 관련된 진술을 들었고 설립자 양씨를 '보조사업 관련 자료 보관의무 위반 및 보조금 부당사용' 범인으로 지목하는 '관계 공무원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후 시는 센터 종사자들의 구두제보와 공무원의 진술을 토대로 2018년 28일 설립자 양 씨와 전 시설장인 김씨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 시가 수사 의뢰를 하기 전 상대자인 양씨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하는 가장 기초적인 과정을 간과한 것이다. 이를 증명할만한 증거도 발견됐다. 시가 경찰에 수사의뢰하기 전인 2018년 12월 25일, 후임 시설장인 김씨와 설립자 양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이 녹음된 녹취록이 나온 것이다.
당시 후임 김 시설장은 통화에서 "김 생활복지사(2)가 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 서류를 집에 가져갔다"고 폭로했으며 전 시설장 김 씨도 같은 내용을 양씨에게 알려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후임 김 시설장은 본인 스스로 양씨에게 전말을 폭로했음에도 공무원이 배석한 자리에서는 허위로 제보한 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서류위조 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워 양씨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점을 인정한 셈이다.
양씨는 "센터 운영에 관여한 바 없어 어떤 서류가 있는지 조차 모른다. 강원도에서 요양하는 사람이 서류를 감추려 구리까지 갈 일이 뭐 있겠느냐"며 "시가 나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봤더라면 이런 고생을 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당시 양씨의 조사에 참여했던 정 모팀장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며칠 전의 일도 잊어버리는데 오래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말했다.
구리=김호영 기자 galimto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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