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 대정동에서 청년들이 생태텃밭을 가꾸고 있다. 사진=장은경씨 제공. |
지속 가능한 농업인 '퍼머컬쳐'가 지역에도 확산하고 있다. 은퇴하고 집 주변 남는 땅에 본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텃밭과는 성격이 다르다. 퍼머컬쳐는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고 모아두는 저장고인 흙을 농장에 만들고 무경운을 통해 최소한으로 파헤친다. 트랙터는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땅을 30cm 이상 갈면 농지가 저장하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농업의 가치를 학습하고 체험하는 '퍼머컬처 네트워크 프로젝트-방구석 농부'를 진행했다. 대덕구 사회적 협동조합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에서는 지속적인 마을 방문을 유도하고 절기의 변화와 탄소중립을 체험을 하는 '넷제로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거리가 먼 유성구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대전에서 지난해 지역 청년 예술인들과 에코페미니즘 비영리 단체 '피스어스'를 만든 임유진씨는 유성구 대정동 친구 집 공터를 달팽이 모양의 생태텃밭인 '모농숲'(모여봐요농사의숲)으로 가꿨다. 임 씨는 "사람과 동물, 식물과 '상생'에 가치에 뒀다"며 "도심 속 텃밭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생존의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숨통"이라고 말했다.
SNS로 농사를 지을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2030 세대가 다수다. 나뭇잎 덮어주기, 커피찌꺼기로 비료 만들기 등 생태 텃밭을 직접 공부하며 호박, 가지, 들깨 등을 짓고 있다. 풍년을 기원하는 '시농제', 매실청 담그기, 감자 파티 등 제철 행사도 열고 고령층인 마을 주민들과도 친분을 쌓는다.
기자가 직접 텃밭 가꾸기를 체험해보니 뜨거운 햇볕 아래서 노동이 고됐으며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옷이 더러워지고 벌레가 꼬이는 일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생태 텃밭에 처음 참여한 A씨(28살)는 "식사 전엔 땅과 농사를 짓는 사람들,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데 농산물을 마트에서 쉽게 사 먹을 때와 달리 음식의 소중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은 "최근엔 기후위기와 식량위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청년들이 본능적으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체득하고 있다"며 "과거엔 농업을 유기농처럼 식량의 질이나 생산성의 문제로 바라봤다면, 최근엔 농지가 온실가스 감축, 탄소흡수 등 사회적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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