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마을 조성과 교육생태계를 확장시키는 것은 '아이들이 마을과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 외에도 교육이 혁신교육을 넘어서 미래교육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해밀마을에 대한 나의 계획에 오랫동안 학부모회와 아버지회, 마을공동체 구현에 실무자였던 유우석 교장이 부임하며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해밀학교의 기관장과 마을대표, 동장을 만나고 협의체를 제안하는 것은 평교사로서 하기 어려운 일인데 학교장이 나서서 조직체계를 갖추는 일들을 했다. 또한 해밀마을이 학교 중심으로 특화 설계된 점과 해밀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그 청사진을 함께 실현시키고 있다.
대체적으로 혁신학교의 시작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가 확산되어왔고, 이의 동력은 마을교육에 의식있는 교사와 마을주민의 헌신과 노력에 있었다. 마을의 주민이 교사로 들어오고, 교육의 내용이 마을이 되고, 아이들은 마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의식있는 교사나 주민 등이 학교를 떠나면, 학교는 다시 고립되고는 했다. 교육거버넌스를 만든다는 것은 혼자가 아닌 다수의 힘으로, 노력이나 헌신 등이 아닌 시스템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해밀마을에서 그 시스템이 바로 '해밀교육마을협의회'이다. 해밀교육마을협의회는 해밀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의 기관장과 실무자, 해밀마을 1, 2단지 대표, 해밀동 동장 및 주무관, 주민자치회장 등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2021년에는 월에 한 번, 2022년에는 분기별로 협의회를 열어 교육과 관련한 사항들을 협의한다. 해밀교육마을협의회의 전신은 '해밀유, 초, 중 협의회'이다. 개교 TF팀이던 시절부터 학교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만나서 해밀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협의하였다. 유·초·중 협의회에 참여한 교사들이 서로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현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2021년에는 해밀교육마을협의회에서 마을축제인 '제1회 해밀무지개축제'를 열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매우 성공적인 축제가 되었으며 2회 해밀무지개축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러한 마을축제 외에도 해밀마을의 공용 공간을 교육적으로 공유하고, 마을 주민을 마을교사로 양성하는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양성된 마을교사들과 해밀초 교사들은 월 1회 마을두레라는 전문적학습공동체에서 만나 공부도 하고, 이후 진행될 프로젝트 활동에 대해 공유하고 협의한다. 해밀에서의 마을교육은 마을교육자원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교육력'을 높이고 학생, 학부모, 교사, 마을주민, 학교와 마을이 '함께 성장'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로 참여하는 얼기설기 얽힌 협의체는 필수적이다.
마을의, 마을에 대한, 마을을 위한 삶 그 자체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해밀교육마을협의회'에서 열어주었다면 '해밀학교사회적협동조합'과 '해밀다온돌봄교실', '해밀프로젝트학습지도사'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실질적 조직'이다. 방학 중에 해밀 아이들은 누가 돌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밀초 학부모회에서 운영하는 해밀다온 엄마품 돌봄교실에서 찾고, 누가 먹일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밀학교사회적협동조합에서 찾는다. 해밀 아이들은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와 돌봄을 받고,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있다. 또한 마을 어디서나 어른들을 만나도 '선생님'이라고 손을 흔들 수 있고,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해밀프로젝트학습지도사가 교육과정 운영 중에 들어와 교사와 함께 교육활동을 한다. 이미 시작하고 있는 지역에서 보자면 작은 발돋움이지만 이렇게 해밀은 안전하고, 따뜻한 돌봄이 있는 마을로 도약하고 있다.
해밀학교 교육집담회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의 교육을 이야기하고, 해밀동주민총회에서 아이들이 마을제안사업을 발표하는 이곳은 '해밀교육마을'이다.
7월 말쯤, 아침부터 축하 전화가 쇄도하고, SNS로도 관련 기사 링크와 함께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영문을 몰라 링크로 들어가 보니 세종시교육청에서 선정된 우수공무원 6인에 해밀초등학교 교사 김현진이라는 이름이 들어있었다. '해밀마을 민관학(해밀교육마을협의회)이 함께 해밀교육마을을 만들다.'라는 내용으로 적극행정 우수사례에 공모하였는데 학교의 이름을 높이고 싶은 마음에 '기관 표창 주려나?'라고 생각하고 공모한 일에 이름을 혼자만 날리는 격이 되어 민망할 따름이며 이 자리를 빌려 함께 마음을 모아준 해밀교육공동체 전체의 공으로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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