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이번 전문센터 선정을 계기로 고성능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 기반 국가 디지털인프라 구축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추진하자. 단순히 각 분야 전문센터 구축 및 HPC 자원 공동 활용이어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그림으로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AI에 있어 HPC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 차원의 HPC 자원 확보, 운영·서비스 제공, 사용자 지원, HPC 운영·서비스 기술 개발, HPC 교육·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계획이어야 한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국립과학재단(NSF) 주도 하에 국가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Cyberinfrastructure)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익시드(XSEDE)라는 국가 사이버인프라 구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익스드는 NSF 예산으로 구축된 슈퍼컴퓨팅 자원 활용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1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으며 이번 달에 종료될 예정이다. 9월부터는 엑세스(ACCESS)라는 후속 프로젝트로 향후 5년간 더 추진될 예정이다.
NSF의 국가 사이버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익시드는 2011년에 시작해서 2016까지 5년 동안 약 121백만 달러(약 1585억원)가 투입되었다. 2016년 9월부터 2단계 사업(XSEDE2.0)을 착수했으며 110백만 달러(약 1440억원)를 투입했다. NSF 차원에서 국가 사이버인프라 구축에 지난 10여 년간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셈이다. 후속인 엑세스 프로젝트에는 52백만 달러(약 68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익시드는 그 전신인 테라그리드(Teragrid)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테라그리드는 샌디에고 슈퍼컴퓨팅센터(SDSC) 등 4개의 컴퓨팅 센터 자원 연계·활용을 위해서 2001년 8월 53백만달러(약 690억원)의 예산으로 시작되었다. 2002년과 2003년에 몇 개의 컴퓨팅 센터를 추가로 연계하면서 각각 35백만달러(약 460억원)와 10백만달러(약 130억원)가 투입되었다. 2005년 8월에 NSF내에 사이버인프라스트럭쳐국을 설치되고 150백만달러(약 1965억원)가 투입되면서 테라그리드라는 이름하에 국가 사이버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NSF에서 국가 사이버인프라 구축에 지난 21년간 6200억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앞으로 5년간 680억원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NSF에 해당하는 기관이 한국연구재단(NRF)이다. NSF의 사이버인프라스트럭처국(OAC)처럼 필요하다면 한국 NRF에 전담부서를 두고 NSF의 OAC와 협력하면서 국가 차원의 HPC 디지털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년간 쌓은 미국의 사이버인프라 구축 노하우을 벤치마킹해서 한국의 실정에 맞는 국가 디지털인프라 구축 계획을 세우자.
지난 7월 10일 보스턴에서 열렸던 PEARC2022(Practice & Experience in Advanced Research Computing) 콘퍼런스 마지막 날에 익시드 책임자인 존 타운 박사의 지난 11년을 회상하는 발표가 있었다. "커뮤니티를 빌딩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내가 커뮤니티를 빌딩하고 있더라"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디지털인프라 구축은 단순 하드웨어 인프라가 아니라 처음부터 국내 HPC 커뮤니티 생태계 구축으로 추진해야 한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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