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없다.'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맞이 첫 기자회견을 지켜본 소회도 다름 아닌 이것이었다. 지역 주도 지방시대를 열겠다던 15대 국정과제나 76개 실천과제는 뒷전에 밀려 있었다.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도 수도권 대학 빗장 풀기로 해석된다. 대학생은 지역대 소멸을 실감하고 지역 고교생은 수도권 대학을 선망한다. 지역 기자가 먼저 묻기 전에는 지역 현안에 일언반구 뻥끗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제부터다.
100일 동안 국가 정책이 일거에 확 바뀔 수는 없다. 그렇다고 쳐도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라는 정의는 희망고문처럼 됐고 지역균형발전은 이에 정면 배치되는 정책으로 뒷걸음쳤다. 실제 상황인 물난리 앞에서도 정부는 잘 보이지 않거나 허둥댔다. 국정 운영의 동력 저하가 이전 정권 잘못은 아니며 여소야대 정국과도 무관하다. 심기일전해 국정을 못 이끈 탓이다. 공적인 가치로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 대통령의 전적인 위기관리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 발전은 결국 지역 발전에 있다는 언급의 진의까지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외에 어떤 범정부 차원의 사회·경제적 대비 체계를 갖췄는가. 모든 것의 종착점은 민생이고 지역이라 하지 않았나. 윤석열표 지역 정책마저 표류하는 이유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골든타임' 100일 기간 중 국민 감동에 실패했으나 임기 18분의 17이 남은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백일을 기점으로 육아가 조금 수월해지는 '백일의 기적'을 갈망하는 심경이랄까. 이제부터의 국정운영 평가가 차기 총선 결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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