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움과 도전은 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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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움과 도전은 끝이 없어요"

중국인 결혼 이주 여성 우린 씨 인터뷰
다이음강사, 세계놀이 강사로 활동 중
직업교육 이후 취·창업과 연결될 수 있어야
다문화 여성들도 구성된 지역 체육팀도 제안

  • 승인 2022-07-27 08:39
  • 수정 2022-07-27 10:31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다문화이해교육
다이음 강사로 다문화 이해 교육를 하는 우린 씨 모습
중국인 결혼 이주 여성인 우린(42) 씨는 14년 전 한국에 왔다. 연변과학기술대학교에 다니던 당시 교환학생이었던 지금의 남편과 만나 4년간 국가를 넘나드는 장거리 연애를 한 그는 2008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남편이 좋아 왔지만 낯선 타국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우린 씨는 매번 "아무리 힘들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도전해라!"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되새겼다고 한다. 그는 지역 다문화 여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현재 아이들에게 중국문화를 알리는 '다이음강사'와 세계문화를 게임으로 재밌게 알려주는 세계놀이 강사를 하고 있다. 지역에서 봉사활동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편집자 주>

-대전에서 다이음 강사, 세계놀이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배경이 궁금하다.
▲타지에 있다가 대전에는 2012년에 왔다.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처음 다문화 이해 강사 양성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나가서 다문화 이해 교육 활동을 잠깐 하다 남편이 서울에 가야 되는 일이 생겼고 막내가 태어나 잠시 쉬기도 했었다. 그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고용노동부 배움 카드로 바리스타 자격증 수업이나 브런치 요리 과정을 찾아서 배웠다. 주변에 한국 친구들이 이것저것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다문화 여성 센터를 열심히 다니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이음 강사는 작년에 하던 친구가 일이 생겨서 대신 수업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을 했었는데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님이 계속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기회를 주셔서 면접도 보게 됐다.

-활동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린이집·유치원 혹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문화를 가르치다 보니 세월에 따라 생활 문화가 많이 바뀐 걸 실감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서 명절 음식으로 뭘 먹는지 물어보면 떡국이라고 얘기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치킨, 피자, 콜라를 얘기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세대 차이 같은 걸 느낄 때가 있다. (웃음)

세게놀이 수업
세계놀이 수업을 하고 있는 우린 씨 모습
-지역의 다문화 여성 대부분이 다이음 강사 혹은 미용 분야에서 많이 활동하는 것 같다.
▲ 일단 다이음 강사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어느 정도 한국어 능력 수준이 되는 분들이 하신다. 이쪽에 관심이 있기도 하겠지만 제 느낌으론 다문화 여성 센터에 다니다 보면 가장 친숙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미용도 센터에 미용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수업이 많이 있다. 미용은 언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을 배워서 나중에 창업까지 할 수 있으니 인기가 많다.



-지금 딸 세 명을 키우고 있는데, 문화와 문화를 잇는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을 키우실 때도 수월한 점이 있을 거 같다.
▲강사 일을 하니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엄마가 외국인이다 보니 집에만 있는 것보단 직장에 다니는 게 훨씬 보기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도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보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을 거 같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누가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우리 엄마는 중국어도 잘하고 한국어도 잘한다. 중국문화도 소개한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때면 뿌듯하다.

봉사활동- 독거 어른신 김치 나눔
지역에서 독거 어르신을 위해 봉사활동 하는 우린씨 모습
-한국은 다문화 사회지만 여전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뭐라 보는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있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인지.
▲언어적인 어려움이 크다. 초등학교에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하고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는데 우리 아이도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당시에는 한글을 다 못 떼고 보냈다. 담임선생님조차 다문화 가정 엄마들은 한국어를 못한다 등 편견 가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방송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해 다룰 때 안 좋은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다문화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부모님 나이 많고 엄마들은 못 사는 나라에 온다는 그런 인식이 자리 잡은 거 같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마음교육봉사단에 하는 대전다문화엄마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초등학교 자녀 교육의 어려움이 있는 이주여성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의 좋은 점은 자녀와 같이 엄마도 공부하게 된다. 아이도 엄마가 계속 배우는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린 (WU LIN)
우린 씨 모습
-대전의 다문화 여성 또는 다문화 가정 정책이나 지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좋은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꼽아보자면?
▲저는 대전에는 자치구마다 5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 센터에는 한국어 교육, 다문화 육아, 직업 교육 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정말 좋은 거 같다. 아쉬운 점은 직업교육을 배우지만 배우고 나서 취업이나 창업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부족하다. 교육 이후에 기업에서 직접 일할 수 있는 연결이 필요하다.
또 다문화여성들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전에는 다문화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민간 지원센터나 단체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난 유성구에 있는 사단법인인 다함께마을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뿐 아니라 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어 세계놀이 강사 자격증을 땄다. 지역의 여성 취업 관련 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직 접근성이 떨어진다. 다문화 여성들도 다문화가족센터에 한정된 것이 아닌 지역의 취·창업 지원들을 폭넓게 누릴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다문화 정책 제안가라면 어떤 것을 제안하고 싶은지.
▲다문화 여성들이 하고 싶어도 대학교, 대학원까지 못가는 경우가 있어 관련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보통 외국인은 학비 혜택도 있어서 지역에서 고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다문화 여성 운동 동호회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 각자 가정이 있고 나라가 다른 다문화 여성들끼리 모이기 쉽지 않은데 체육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싶다. 운동은 언어에 상관없이 같이 교감할 수 있다. 요즘 여성 축구가 관심이 높은 만큼 다문화여성들로 구성된 지역 축구팀을 만들어도 재밌을 거 같다. 경기도 고양시에는 이미 다문화 여성들로 구성된 배드민턴팀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좀 잠잠해 지면 시도해봤으면 한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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