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거리의 좌절과 희망] 인쇄업은 사양산업?…반도체부터 친환경 포장까지 '무궁무진'

  • 경제/과학
  • 유통/쇼핑

[인쇄거리의 좌절과 희망] 인쇄업은 사양산업?…반도체부터 친환경 포장까지 '무궁무진'

지역 인쇄소, 디자인·편집·기획까지 확장…코로나에도 매출↑
저탄소인쇄 등 부가가치 무궁무진…고령화 심각 "젊은 인력 키워야"

  • 승인 2022-07-27 16:49
  • 신문게재 2022-07-28 6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인쇄소
대전대성여고 미디어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디자인 실무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동구 인쇄거리의 한 인쇄소를 방문했다. 사진=이유나기자.
5. 인쇄업은 사양산업일까? 종이를 찾는 사람들



동구 인쇄거리의 한 인쇄소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대전대성여고 미디어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디자인 실무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찾은 것이다. 가준호 대성여고 교사는 "학교에선 실무를 배울 수 없어 인쇄소에서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을 해보는 등 프로 디자이너 과정을 체험할 기회를 주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젊은 인력이 빠져나가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원도심 인쇄거리에 학생들의 열정으로 활기가 가득했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며 인쇄업은 '사양산업'으로 일컬어져 왔다. 종이가 없는 '페이퍼리스' 사무실이 늘어나고 전자책 수요도 늘어났다. 코로나로 홍보물 등 인쇄 수요도 급감하고 원부자잿값도 치솟으며 인쇄업계의 시름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인쇄업은 종이에 글자를 출력하는 단순 작업을 넘어서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확장하며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영진 우송정보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요즘 인쇄업계는 디자인이 수반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인쇄소에도 전문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디자이너 전문 사무실을 만드는 등 디자이너의 처우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20720_163523731
대전 동구의 한 인쇄소에서 직원이 인쇄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이유나기자.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도 다양해지며 다양한 품종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디지털 인쇄'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동구 인쇄거리에서 인쇄소를 하는 박창만씨는 목돈을 들여 투자했다. 인쇄·제본·출력 등 전통 인쇄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물론 편집과 디자인, 기획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팬데믹 기간 동안 행사가 줄어들며 기존 인쇄업체는 수익이 급격히 저하됐지만, 박 씨의 인쇄소는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 박 씨는 "예전처럼 창고에 제품을 많이 쌓아두는 시대는 지났다"며 "소비자 요구에 맞춰서 빠르게 좋은 품질을 제공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KakaoTalk_20220721_012527516
책 '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는 풍력에너지를 이용한 FSC 인증 재생지로 표지를 만들고 환경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재생지로 본문을, 잉크는 콩기름을 사용해 제작됐다. 사진=이유나기자.
전문가는 인쇄업는 산업의 근간이라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태원 중부대학교 인쇄학과 교수는 "반도체 칩 포장 패키징 인쇄가 가능해지며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고 핸드폰이 얇아진 배경에도 플렉시블(Flexible) 인쇄가 있었다"며 "창문의 유리를 위한 특수인쇄, 지폐를 사용하기 위한 보안인쇄, 새벽배송 박스에 적용되는 식품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한 인쇄기법 등 '물, 공기 빼고 모두 인쇄'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방 교수는 인쇄업계가 수주에만 의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보이스펜을 대면 음성이 나오는 동화책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코딩을 인쇄해 가능한 것이다. 최근엔 글로벌 기업에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인 RE100 열풍이 불며 수출 포장재에 사용하는 저탄소·재활용 인쇄기술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방 교수는 "특수과학 인쇄, 응용과학·재료공학을 이용한 후가공, 보안인쇄 등 인쇄업계의 먹거리는 무궁무진하다"면서도 "인쇄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는데 이를 배우고 다룰 줄 아는 젊은 인력이 부족해 인쇄업계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우려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성구청소년수련관 2024 전국 우수 청소년운영위원회 선정… 6년 연속 쾌거
  2. [풍경소리] “다쳐도 좋을 마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경북의 대표 문화공간 <청송야송미술관>
  4. 대전태평중, 대전경찰청과 등굣길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9월16일 월요일
  1. "뉴 라이프 웰리스 유성온천"… 유성온천지구 활성화 외국인 팸 투어
  2. '아~ 식민과 제국의 교차로, 대전역이여' 문학 속 대전정거장은?
  3. 6경기 무패행진 대전하나시티즌…무엇이 달라졌나
  4. [충남 단풍 생태여행지를 소개하다] 5. 성주산 자연휴양림
  5. 산림청, 추석 연휴 산림재난 비상근무… "안전 이상 무"

헤드라인 뉴스


대전오월드서 불꽃놀이 중 화재…부여서 벌초하러 가던 차량 추락사고

대전오월드서 불꽃놀이 중 화재…부여서 벌초하러 가던 차량 추락사고

추석 연휴 기간인 주말 사이 대전과 충남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15일 오후 8시 43분께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서 불꽃놀이 행사 중 화재가 일어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인력 36명, 장비 13대를 투입해 25분 만에 불을 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꽃놀이 파편이 인근 소나무 가지에 떨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부여에서는 산에 벌초를 하러 가던 일가족이 탄 차량이 절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충..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돈 잃을 뻔한 70대…경찰·은행이 피해 막아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돈 잃을 뻔한 70대…경찰·은행이 피해 막아

추석을 앞두고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3000만 원을 인출하려던 70대 어르신을 경찰과 은행원이 발견하고 사전에 피해를 막았다. 16일 대전대덕경찰서에 따르면, 70대 노인 A 씨는 지난 9월 12일 국민카드와 금융감독원 직원, 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협박 전화를 받았다. "본인(피해자) 명의로 카드가 발행돼 해외로 1억 7000만 원이 송금된 이력이 있어 불법자금으로 처벌된다며 3000만 원의 카드론 대출을 받으라"는 연락이었다. A 씨는 당일 카드론 대출 신청을 한 후 다음날인 13일 오전 11시께 카드론 대출금을..

추석 맞이 옛날신문 시리즈(2)  `TV편성표로 본 방송 3사의 시청률 전쟁
추석 맞이 옛날신문 시리즈(2) 'TV편성표로 본 방송 3사의 시청률 전쟁

30년 전 추석에는 어떤 TV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영됐을까? 다채널 시대인 요즘도 명절을 전후해 영화 개봉작을 비롯해 '아이돌 체육대회'등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휴일을 맞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다. 유튜브나 SNS 등 손안의 미디어가 확대되면서 과거에 비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진 않지만, 추석 연휴 안방극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흥밋거리다. 1995년 추석은 9월 9일이었다. 당시 중도일보는 9월 8일자 지면 11면과 12면 2개면에 추석연휴 TV프로그램 편성표를 실었다. 종합편성 채널이 없었던 당시에는 방송..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 이제는 사라진 명절 모습 이제는 사라진 명절 모습

  •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